Q. 얼마 전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ytn>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더군요. ‘연평도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인터뷰였습니다. 카메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거절하려고 했지만, 어쨌든 제 인터뷰가 방송을 탔던 것 같네요. 그런데 역에는 예쁘게 화장하신 분도 많을 텐데, 어째서 이제 막 수능과 수시논술이 끝난 고3의 ‘생얼’을 찍어가신 걸까요? 기자가 인터뷰이를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기자님들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十六夜沙耶’)</ytn>
A. 음… 이건 업무상 기밀이지만, 독자에게만 살짝 누설합니다. 솔직히… 인터뷰할 사람을 고르는 기준은, 그냥… 때때로 다릅니다. 취재를 나가면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시간에 그 공간을 지나는 분들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용기 내어’ 말을 겁니다.
이렇게 무작위 인터뷰는 당황스러운 시추에이션이지만, 나중을 위해 인터뷰 전에 속으로 전략을 세웁니다. 만약 주제가 물가 인상이라면 아무래도 중년 여성에게 먼저 말을 걸겠지요. 군복무 기간 감축 문제라면 젊은 남성에게 물어보고요. 그러니까 여기선 ‘전형성’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연평도 사건처럼 누구나 관계된 문제는 인터뷰이의 ‘종적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남녀·노소·직업 등을 따져서 다양한 이들의 말을 기사의 재료로 준비해둬야 나중에 기사 쓰면서 후회를 안 합니다. 기사 작성은 퍼즐 맞추기와 비슷한데, 다양한 모양의 퍼즐(사회 각계각층 인물들의 의견)이 있어야 전체 그림을 그리기 쉽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 많아도 비슷한 나이·직업의 사람들이 한 것이라면 기사 쓰기(일종의 편집)를 하면서 한두 개 빼고는 아깝지만 버려야 합니다.
이상은 논리고, 내밀한 현실도 있죠. 인터뷰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개인적 취향이 반영되기 마련인데요. 타인의 취향부터 말하자면, 이름을 밝히기 꺼린 30대 남성 기자는 “무조건 여성”이라고 말합니다. 호감 가는 사람과 인터뷰를 해야 말이 통하나 봅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좀 다릅니다. 솔직히… (외모적·나이적) 긴장이 없는 사람을 고르게 됩니다. 기자부터 살짝 긴장하면 제대로 질문이 나오지 않아서 좋은 답변을 얻기 어렵다는 투철한 직업 정신은 아니고, 상황이 닥치면 그냥 몸이 그렇게 반응합니다. 아니 돌아보니 요즘엔 음흉해져서 반대인 것 같기도 합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이 드신 분보다는 젊은이가, 아무래도 인터뷰 응답률이 높다는 경험에 바탕한 기대 혹은 감각이 있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내 안의 성·나이·외모 코드 혹은 차별이 작동하는 방식일 겁니다. 갑작스러운 인터뷰를 당하는 ‘여러분’도 당황스럽겠지만, 무작정 말을 거는 기자도 거절의 공포가 큽니다. 그러니 기자가 말을 걸면 부디 자비를.^^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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