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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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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왜 식후 30분에 먹나요?

등록 2010-12-10 10:56 수정 2020-05-03 04:26

Q. 약국에서 약을 줄 때 식후 30분에 먹으라고 하잖아요? 근데 그거 꼭 30분 뒤에 먹어야 하나요? 25분이나 1시간 뒤에 먹으면 안 되나요? 그리고 왜 하필 30분 뒤에 먹어야 할까요?(인혜린)

홀몸노인 100만명시대 .독거노인 만석동 김금선

홀몸노인 100만명시대 .독거노인 만석동 김금선

A. 누구나 이런 경험 있을 겁니다. 점심 먹고 약을 막 먹으려 합니다. 아차, 아직 밥 먹고 나서 30분이 안 됐습니다. ‘식후 30분’을 적어준 약사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10분만 기다려야지,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까먹습니다. 아차차, 저녁 먹다가 생각납니다. 밥 먹고 나서 먹어야지 마음먹습니다. 이번에도 또 까먹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에 두 번밖에 약을 안 먹었습니다. 잠 들기 전에 약을 먹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속은 비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우유라도 마십니다. 속을 보호해뒀으니 든든합니다. 약을 먹고 잠이 듭니다. 이게 모두 ‘식후 30분’을 지키려는 ‘모범생 환자’들의 복용법입니다. 맞을까요?

우선 가까운 곳에서 답을 구했습니다. 근처 서울 공덕동에서 35년 동안 약국을 운영한 ‘이원호약국’의 약사님에게 물었습니다. 설마 약사님 이름이 뭐냐고 묻는 독자분은 없겠지요? 아래는 약사님의 말씀입니다. 약은 기본적으로 빈속에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위장에 다른 음식물이 없어야 흡수가 잘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약 가운데는 위벽을 자극해 상처를 남기는 종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밥을 먹은 다음 약을 먹으라고 추천한답니다. 꼭 30분을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47분도 좋고, 1시간14분도 좋습니다. 다만 밥과 함께 먹으면 약이 상대적으로 덜 흡수될 염려가 있습니다. 우유나 겔포스 같은 위장약과 약을 함께 먹는 것도 추천할 일은 아닙니다. 겔포스가 위 내부를 둘러싸서 약의 흡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약사회 김동근 홍보이사님에게도 물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들었습니다. 역시 홍보이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입담이 구수합니다. 말씀을 정리하면, 약을 복용한 다음에는 약 성분의 혈중농도가 중요합니다. 약마다 다르지만, 보통 약을 먹고 유효 혈중농도에 이르는 데 30분~2시간이 걸립니다. 그러고 나서 5~6시간이 지나면 혈중농도는 유효 수준 이하로 다시 떨어집니다. 쉽게 말해 ‘약발’은 보통 5~6시간 간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를 삼등분해 8시간마다 약을 먹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우리가 다 아는 ‘식후’ 복용법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흔히 규칙적으로 하루에 세 번씩 하는 일이 식사이기 때문에 그와 약 먹는 시간을 연계시킨 겁니다. 따라서 밥과 약이 꼭 같이 붙어갈 이유는 따로 없다는 말입니다.

굳이 약효만 따진다면 대부분 빈속에 먹을수록 좋습니다. 물론 이 약사님의 말씀대로, 굳이 식후에 먹어야 하는 약이 있습니다. 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는 빈속에 자주 먹으면 위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다른 종류의 약도 있습니다. 무좀약 치료약인 그리세오풀빈이나 우울증 약인 리튬은 밥과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약사님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것입니다. 우리가 내는 약값에는 복약 지도 비용도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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