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질문은 사실 사랑에 관한 함의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남자친구분이 애독자님을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주 유명한 시인데, 이런 것이죠.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황지우 ‘너를 기다리며’)
‘오다’를 ‘받다’로 바꾸면 될 일입니다. 받지 않는 당신을 향해 애가 탑니다. 제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신음을 따라 먼저 달려가지요. 전파보다 마음이 먼저 당도했을 텐데, 애독자님이 아무리 빨리 수신할지언정, 얼마나 빠르다 하겠습니까.
장난하냐, 3년 연애에 사랑은 닳고 닳았다 하신다면 다음의 설명을 드립니다. 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해당 현상을 ‘콜 딜레이’(신호 지연)라 이릅니다. 발신자가 신호를 보내면 가까운 기지국 → 교환기를 거쳐 수신자 지역의 기지국 → 교환기로 전해집니다. 두 분의 거리차는 중요치 않습니다. 발신자의 벨은 발신 쪽 교환기에 신호가 닿았을 때, 수신자의 벨은 수신 쪽 기지국으로부터 신호를 받았을 때 울립니다.
이 물리적 격차를 원인으로 볼 수 있겠… 지만 이 과정은 찰나적으로 이뤄집니다. 거리 때문에 콜 딜레이가 체감할 만큼 발생하기에 반도는 너무 좁고, 전파는 대단히 빠르다고 합니다.
문제는 대개 휴대전화 단말기와 기지국에 있습니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전파를 받고 있는지 2.5초마다 스스로 ‘체크’합니다. 중간중간 최대 2.5초의 신호 수신 불능 또는 둔감 상태가 생긴다는 얘깁니다. 1초에 벨이 한 차례 울린다면 수신자는 발신자보다 최대 3회가량 벨소리를 적게 듣게 됩니다.
기지국은 많습니다. 그러나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 수신이 잘 되지 않는 음영지대가 있답니다. 수신자가 신호를 받지 못하면, 발신자의 벨소리만 애타게 울릴 것입니다. 수신자가 이동 중이거나 어떤 무선통신 환경상의 변수로 A기지국이 수신자에게 전해주려던 신호를 B기지국에서 하도록 조정할 경우도 생깁니다. 이때 이미 받은 발신자 정보를 다른 기지국으로 넘겨주는 시간이 필요한데, 통상 1초지만 3~5초로 커지기도 한답니다. 이 시간만큼도 수신자의 전화기는 울지 않겠지요. 그러니 이제 다투지 마세요. 사랑은 단 두 개의 기지국에서 오가므로(또는 오갈 때) 가장 빠르고 강력합니다.
도움말: KT 무선네트워크 코어망 품질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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