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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791호를 읽고

등록 2010-01-06 11:06 수정 2020-05-03 04:25
<한겨레21> 791호

<한겨레21> 791호

[집중 모니터링] 2010년, 좀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길

‘정의’는 영어로 ‘justice’다. 이 단어에는 재판·사법의 의미도 있다. 재판이라는 절차로 대표되는 사법부가 정의를 담보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법부에서나마’ 정의를 찾는 일이 녹록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식의 희화화된 결론을 내놓는 것을 봐오지 않았던가.

2년째 송년호 표지이야기로 다룬 ‘올해의 판결’은 그런 점에서 ‘사법부가 아직은 정의를 말할 수 있군’이라는 약간의 안도와 ‘뭐든지 사법부로 가야 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냈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판결 내용을 평범한 이들이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판례는 사실상 법조문과 같은 효과를 내기에 국민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올해의 판결을 통해 한 해를 되새김질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다.

레드 기획에서 소개한, 사소해서 더 가치 있는 문화계 뉴스들도 반가웠다. 2009년에는 큰 사건이 많았던 탓에 쉽게 잊히는, 하지만 그렇게 잊히기엔 아쉬운 일이 적지 않았다. 2PM 재범 탈퇴, 인디 음악 세대교체, 인권 콘서트, 를 비롯한 독립영화의 대두 등 자칫 잊힐 일들을 새겨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돌아온 산, 남산’ 기획연재가 1부를 마쳤다. 단순히 ‘커플들이 철조망에 자물쇠 다는 곳’ 정도로 대했던 남산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교수나 전문가들의 기고문으로 이뤄졌던지라 글이 다소 지루하고 늘어진 감이 있었다. 2부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된다.

연초에 기자들의 신년 계획 기사를 읽으면서 과연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원래 계획을 세우고 다시 무르는 건 너무 쉬운 일이기에. ‘실천21’ 후기 기사는 가벼우면서 감각적으로 적절한 발랄함을 유지하는 의 강점이 드러나서 읽기 편했다. 여러 기자들의 실천 성적표를 보면서 절로 나의 2009년은 어땠는지도 돌아보게 됐다. 2010년은 기자들 본인이나 이나 좀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용산 참사에 대해 정부가 사과하고 재개발조합에서 장례비를 부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수 대중에게 잊히는 와중에도 잊지 않으려 노력한 사람들 덕분인 것 같다. 하나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무관심이 문제 해결에 1년 가까이 걸리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된다. 코너에서 지적한 무관심은 아직 유효하다. 그저 들리는 장단에 춤을 추고 있을 뿐 아닌가. 박준호 19기 독자편집위원

산티아고 길을 나타내는 표시. 조개는 순례자의 상징이다. 한겨레 김소민 기자

산티아고 길을 나타내는 표시. 조개는 순례자의 상징이다. 한겨레 김소민 기자

나도 간다, 산티아고 ‘제가 진정 그 길을 걸었단 말입니까’ 댓글
한번 가보고 싶던 길. 끝나서 아쉽네요.(yjkim74)
그동안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게 잠시만이라도 속세를 떠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만 합니다.(ozzybear)

2009 한국 사회를 빛낸 올해의 판결

→비굴하지 않은 정의가 살아 있는 판결이 판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hwan8786

→최악의 판결도 등수 좀 매겨주지. 잘못 판결한 판사들 부끄럽게. 그래야 담부턴 정신 차리고 조심할 것 아닌감? khk1642


인간 아닌 자동차 중심 정책에 경종

→피해자가 잘못한 사고의 경우 이 위헌 결정은 합의를 빌미로 억울한 가해자를 옥죄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악질 피해자, 아니 고의적 피해자가 속출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헌재에 재심을 요구하라. 돈 들여 보험 들고, 또 합의를 빌미로 몇천만원 물어내라? bjs110

→인명경시 풍조에 쐐기를 박은 위헌 결정입니다. 자동차가 흔치 않던 시절 운전자들이 흔히 ‘보험 들었으니까 확 깔아뭉개버려’라는 소리를 했죠. 또 보험 들었으니 다치거나 죽어도 보험사에서 알아서 해준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했고요. 사고가 나면 피해자에게 사과부터 해야 됩니다. na19bsa

멈춰선 무빙워크

→개인의 현재 상황에 감사하게 하면서 다람쥐 쳇바퀴를 돌 수 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사입니다. 저들과 같은 라인의 뫼비우스의 띠를 돌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나셨지만, 사회 시스템을 저주하기보다는 남보다 더 빠르게 달려 그것에서 겨우 벗어나 좀더 나은 띠 위를 달릴 수 있게 해준 아버님께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soulgunner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에구, 아직도 우리 사회가 관심 갖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느낌니다. 누구나 쓸 것 같은 가십성 기사가 많은 요즘 응원해주고 싶은 기사네요. 늘 중심 있는 파이팅입니다. siu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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