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753호
15년 전 창간호 표지이야기는 ‘21세기에 스무 살을 맞는 1981년생들’이었다고 한다. 그 1981년생이 창간 15돌 표지이야기로 ‘자본주의 이후’를 만났다. ‘이태백’의 덫은 피했지만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덫은 이미 닻을 내렸고 파이는 바닥을 보인다. 때마침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됐다.
‘연대’를 말하는 15돌 개편 특대 1호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호혜와 공정의 가치를 주창한 정치경제학자 칼 폴라니를 소환한 일련의 기사들에서는 각각 색다른 맛이 났다. 다만 다음달 발간될 의 다이제스트판과 2039년 폴라니언의 세상을 다룬 기사는 일면 흥미롭고 소중했으나 ‘자본주의 이후’란 대제목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상상력이 아쉬웠다.
초점으로 다룬 ‘꽃남의 경제학’ 기사는 로 시작되는 모든 경제적·문화적 수사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불황을 겪는 기업들엔 은 희망이다’ ‘상품화된다면 부가가치는 더욱 커진다’ 등의 문장으로 유추할 수 있는 수사는 ‘꽃보다 자본’일 수도 있겠다. 고 장자연씨의 죽음과 관련된 커넥션은 차치하고, 레드 기획보다 더 발랄한 기사의 흐름이 불편했다.
15돌 기획 기사로 실린 독자 성향조사와 격세지감 사전은 동시대를 살아온 독자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즐거운 기사였다.
MB 라디오 연설 10회분을 분석한 특집 기사는 레드 기획보다 재밌게 읽혔다. 라디오란 매체의 특성에 맞게 연설문에 쓰인 단어를 기반으로 삼은 점이 흥미로웠다. 그분의 덕목과 가치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출판계와 청와대 모두 솔깃하지 않았을까. 참으로 ‘풍부한 서정과 빈곤한 서사’였다.
‘블로거21’ 기사를 눈여겨보던 독자로서 한광덕 기자의 ‘구시렁 경제’ ‘심야생태보고서’ 등 기자 칼럼이 늘어난 점이 반갑다. 새롭게 포진된 필진의 면면도 다채로웠다. 바야흐로 이제는 ‘연대’다. 백두대간을 밝히고 세상을 바꿀 두 개의 블로그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만리재 ‘신발끈을 다시 맵니다’
→단순히 읽히는 좁은 의미의 ‘시사주간지’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시민사회를 연결해주는 고리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는 시사지로 발돋음하는 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사회적 연대’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그렇지만 언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해가는 의 모습은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장에 잔잔한 교훈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esc5470
→가상 대화, 칼 폴라니 사상과 삶을 소개한 기사, 대담, 가상 기사로 꾸려진 특집은 칼 폴라니를 한국 사회에 소개하겠다는 애초의 기획의도는 또렷한 반면, 당면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폴라니의 해법은 흐릿했다. 예컨대 폴라니를 통해 들여다본 한국 경제의 현안이나, 폴라니에 대해 말깨나 할 수 있는 일군의 학자들이 폴라니 사상의 면면을 한국 경제에 직접 대입해보는 칼럼이라도 실렸다면 ‘왜 지금 폴라니인가’라는 물음의 답이 더 분명해졌으리라 본다. 가상 대화는 시도는 신선했으나, 폴라니 자신이 자랑하듯 최근 회자된 칼럼이나 글들을 소개하는 모양이나 겉도는 대화 내용 등 약간 억지스러운 감이 없지 않았다. 차라리 케인스, 하이에크, 폴라니의 3자 대화를 꾸몄더라면, 폴라니 사상의 차별성을 더욱 잘 드러냈을 성싶다. painbird76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경제 기사를 이렇게 서정적으로 쓸 수도 있군요. 인터넷으로 읽었지만 잡지를 사서 스크랩해둬야겠네요. 이 기회에 폴라니의 책들이 많이 번역됐으면 좋겠습니다. hd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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