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상학 서울시 중랑구 신내1동

결혼 초기인 1980년대 중반에 1년에 한 번꼴로 이사를 다녔다. 당시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부동산과 전세 가격이 자고 나면 올라 월급쟁이 봉급으론 주인이 올려달라는 금액에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년 이삿짐을 싸면서 글쓴이는 아내의 곱지 않은 눈총을 받곤 했는데 그 이유는 신줏단지 모시듯 애지중지한 ‘카세트테이프’ 때문이었다.
학창 시절, 용돈을 아껴 모은 카세트테이프가 어느샌가 1천 개가 넘었다. 사실, 이 테이프 중 너무 오래 들어 카세트 헤드가 손상되고 보관 상태가 나빠 폐기해야 할 대상이 거의 절반에 가깝다. 아내는 이사할 때마다 쓸데없는 것은 좀 버리고 가자고 애원(?)을 했다.
70년대 말 음반시장은 이른바 ‘백판’이라고 불리는 복제, 복사판 천국이었다. 테이프도 예외가 아니어서 복사본은 보통 600원이면 구입했다. 오리지널이라고 부르는 라이선스 테이프는 가격이 무척 비싸 개당 4천~5천원을 했다. 글쓴이는 영구 보관(?)을 위해 품질이 좋은 라이선스 테이프를 무리하게 구입하기도 했지만 알토란같이 히트곡만 수록된 복사본도 유혹에 못 이겨 사오곤 했다.
테이프를 사느라 용돈이 항상 궁해 친구 형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다. 몇 푼의 돈이 쥐어지면 또다시 단골 레코드점으로 달려가 온 정신을 팔았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방 한구석으로 밀려난 테이프 진열대를 보면 상념에 빠져들곤 한다. 시선이 가는 테이프 하나를 뽑아들면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르고. 오늘도 늘어진 테이프을 정비하고 고장난 테이프 헤드를 교환하며 무더위도 잊은 채 나만의 열락의 세계에 빠져든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국힘 “베네수엘라 침공, 한국에 보내는 경고” 황당 논평

미국 비판한 중국 외교수장 “어떤 나라도 경찰·법관 역할 할 수 없어”

트럼프가 통치한다 했지만…베네수 대법 “부통령이 권한대행”

한동훈 당원게시판 ‘징계’ 수순…국힘 윤리위 구성 의결

내란의 대가는? 윤석열 이번 주 최고형 구형받을까

중국에 80% 가던 베네수 석유…트럼프, 시진핑 ‘에너지 목줄’ 조이나

베네수엘라 다음 덴마크 찍었다…트럼프 “그린란드 반드시 가질 것”

김혜경 여사, 시진핑 부인 펑리위안 만나 “제가 여사님 팬”

김도읍, 정책위의장직 사의…장동혁 체제 4개월 만에 ‘균열’

“노벨 평화상만 양보했어도…” 트럼프, 마차도 외면한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