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onmiji

많은 할아버지들이 그러하시겠지만, 우리 외할아버지께선 유달리 물건 고치는 걸 좋아하셨다. 하지만 모든 게 멀쩡해도 수리해야 할 대상을 찾아내려는 할아버지의 과한 수리욕(?)은 온 식구에게 부담이었다. 멀쩡했던 물건들이 잠시 나간 사이 노랑 테이프로 둘둘 붙여지고 개조되었으니 말이다.
어릴 적 연필을 하도 부러뜨려 연필깎이를 끼고 살던 때, 내겐 연필깎이가 두 개 있었다. 용맹하게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전차 모양과 빨강노랑으로 꾸며지고 사이 좋게 아이들이 타고 있는 스쿨버스 모양. 난 항상 스쿨버스로 연필을 깎았는데 할아버지 눈엔 그 플라스틱 덩어리가 영 못 미더워 보이셨는지 늘 전차가 더 튼튼할 거라 말씀하셨다. 그래도 내 일편단심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학교에 다녀온 난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내 버스 속 친구들은 어디로 떠나고 잔해만 남은 버스 바닥 위에 전차가 탐욕스레 올라앉아 있었다. 난 할아버지께 뛰어가 도대체 버스 몸통은 어디 갔냐고 물어봤지만 할아버지께선 그 플라스틱이 영 튼튼하지 않아 고쳐놓았다며 끝까지 버스를 돌려주지 않으셨다.
어린 맘에 울고불고 구석에 던져놓았던 이 연필깎이를 이삿짐을 싸다가 만났을 때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할아버지가 왜 이 둘을 합체시키셨는진 이젠 알 도리가 없지만, 모든 식구들의 물건에 참견하기 좋아하시던 할아버지가 꽤 귀여우셨다 싶다. 연필깎이를 쓸 일이 별로 없는 지금에서야, 할아버지의 이 개조품은 책상 한켠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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