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우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

몇 년 전에 대대로 살아왔던 고향집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짓게 되었다. 비록 낡은 옛집이었지만 굴삭기가 일순간에 옛 추억을 모두 무너뜨리는 것 같아 그것을 지켜보던 부모님과 형제들은 마음 한구석이 먹먹했다.
그런데 토벽을 허물던 중에 이상한 물건이 하나 발견됐다. 비닐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빛바랜 물건 하나.
그것은 할아버지의 ‘도민증’(道民證)이었다. 주민등록증을 사용하고 있는 요즘 ‘도민증’이라는 말도 어색한데,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계시는 엄지 손톱만 한 할아버지의 증명사진은 더더욱 낯설다. 사진의 배경에 돌담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고향 마을의 어귀 어딘가에서 찍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상상해보건대, 마을에 결혼이나 환갑 등의 잔치가 있었을 것이고, 사진이 흔하지 않던 시절인지라 출장 나온 사진사를 살짝 불러 할아버지께선 의관을 정제하고 한 장 찍으셨을 게다.
도민증의 왼쪽을 보면 단기 4283년이라고 되어 있다. 이를 서기로 환산해보면 1950년이 된다. 아버지를 통해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6·25 전쟁 중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만 전해들었는데, 50년이 지난 지금 작은 사진으로나마 할아버지를 뵐 수 있어 참 반가웠다.
비록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물건이지만 이제는 우리 집의 소중한 가보이자 나의 소중한 물건이다. 그때 옛집을 허물지 않았더라면 난 여태까지 할아버지의 얼굴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선대의 얼굴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뭐 그리 중요하겠냐마는 갑자기 후손을 찾아오신 할아버지로 인해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아버지께서 당시 아주 기뻐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때로는 사진 한 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손자를 추억의 시공간으로 불러내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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