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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정기독자] “똑같이 살 필요 없잖아요”

등록 2008-02-22 00:00 수정 2020-05-03 04:25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가 보내온 엽서에는 이란 영화 제목을 듣자마자 울컥했다는 감상이 적혀 있었다. 리뷰 기사를 읽고 제목에 감동해서 영화를 봤다는 정기독자 현민경(32)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너머 침착한 목소리는 갑작스런 인터뷰 제의에 놀라지도 않았다. 우선 이메일로 몇 가지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오히려 무뚝뚝했다. 여린 감성과 무뚝뚝함이 공존했다. 단답형 대답에 기사 분량이 나올 때까지 인터뷰는 거듭됐다. 그는 끝까지 친절했다.

그는 한의사다. 한의학을 전공하던 중 한의약 분쟁이 일어나 대학만 7년을 다녔다. 이후 전문의로도 4년을 일했다. 그러다 2006년에 지금 일하고 있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행정 일이긴 하지만 한방 관련 연구지원을 담당하고 있으니 전공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한의사가 되려고 대학도 다시 가는 세태와는 다른 선택인 듯해 물었다. “대다수가 선택하는 길은 그만큼 검증된 길이란 뜻이기도 하죠. 다른 길을 선택했으니 힘든 부분도 있지만 만족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덧붙였다. “도 대다수가 택하지 않는 길을 걷는다는 느낌 때문에 좋아합니다.”

그가 을 만난 건 함께 살던 여동생 덕분이다.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교사가 된 동생은 사회문제에 늘 관심이 많았다. “동생이 구독하는 을 같이 보다가 2006년에 따로 살게 되면서부터는 저도 따로 구독 신청을 했죠.” 신문은 회사에서 챙겨보고 주간지는 집에서 본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결혼을 해서 남편과도 을 나눈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표지는 ‘펭귄 마을에 내리는 죽음의 눈’(692호)이었다. 평소 환경·과학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고. 형이상학의 세계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정재승의 사랑학 실험실’도 재밌게 보는 코너로 꼽는다. 그는 마지막 인사에 가서야 웃음을 날렸다. “모두모두 행복한 2008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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