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혜원 서울 은평구 신사동
MP3가 지배하는 요즘 세상에 테이프로 노래를 듣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 나도 마찬가지다. 테이프를 틀 수 있는 오디오를 써본 적이 언제인가 까마득할 정도다. 이제 모든 음악은 컴퓨터로 통하지 않는가. 그러던 어느 날 오디오 옆 상자에 조용히 처박혀 있던, 먼지 가득한 이 노래 테이프들을 차곡차곡 꺼냈다. 우연히 본 글 덕분이다.
“함께 울고 웃던 노동자의 노래는 다 어디로 숨어버렸나? 함께 거리를 뛰며 외쳤던 우리의 구호들은 어디로 숨어버렸는가? 한 개씩은 가지고 있음직한 노동가요 테이프는 책꽂이 어느 한켠에, 아니면 자가용 앞 수납 칸에 먼지가 쌓인 채 뒹구는 건 아닐까? 마치 우리가 얘기하는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의 무용담처럼 잊혀지기 전에 안주 삼아 조금씩 내보이는 것에 뿌듯해하는 건 아닌지.”
‘그래, 나한테도 오래된 민중가요 테이프들이 있었지’ 하면서 꺼내보니 이만큼이다. 정말 많이 닳았다. 저 가운데는 하도 많이 들어서 늘어진 테이프도 있고. 결혼하고, 이사 몇 번 하면서도 용케 이것들을 안 버렸다는 사실에 잠시 뿌듯했다.
나는 오래된 저 테이프들에 담겨 있는 많은 노래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니 여전히 부르고 있다. 저 노래들이 말했던 현실은, ‘무용담’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아픈 현실’들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고 이 테이프들을 다시 제자리에 놓으면서 이런 ‘유치한’ 다짐을 해본다.
“다른 어떤 음반 100만 장을 준다 해도 절대 이것들과 바꾸지 않을 거야. 이 테이프들은 내가 노래와 함께한 시간을, 내가 얼마나 노래를 사랑했는지를 증명해줄, 정말 소중한 증거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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