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명숙 인천시 남구 주안8동
올해로 교직 경력 18년. 그리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제는 지나간 옛날 이야기가 된 것도 있고, 아직 현재진행형인 것도 있다.
중학교에서 실업계 고등학교로, 다시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겨오면서 모둠일기 쓰기, 학급문집 만들기, 학급 등산, 학급 도서실 운영 등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지만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학기 말에 상장 주기다.

지금이야 컴퓨터로 멋스럽게 뽑아서 줄 수 있지만 십수 년 전만 해도 그냥 종이에 손으로 일일이 써서 주었다. 얼마 전 졸업생들로부터 그때 받은 상장을 아직도 책상 속에 보관하고 있다는 말에 반가움과 함께 지금도 유명한 나의 악필 때문에 어찌나 부끄럽던지!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이야 매년 받는 상이니 별스러울 게 없지만 상에서 소외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비록 근사한 상장은 아닐지라도 자신도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기뻤을 것이다. 개근상, 성적향상상 같은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 말고도 독서왕상, 인기왕상, 청소왕상, 부지런왕상, 발표왕상, 스마일왕상, 친절왕상 등 그 종류도 많았다.
당시 상장의 위, 아랫부분에 찍었던 도장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지금도 이 도장은 학교를 이동할 때도, 자리를 옮길 때도 빼놓지 않고 챙기는 물건이다. 이 도장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다. 첫 학교에 부임해 두 번째 담임을 할 때 만난 지훈이. 작고 곱상한 외모에 숫기 없는 아이였지만 미술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지훈이는 심심하면 고무 지우개를 이용해 토끼도 만들고, 꽃도 만들고 그랬다. 그 재능(?)을 높이 사며 혹시나 하고 부탁해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고무 지우개 도장이다.
지금은 이미 20대 후반이 되었을 지훈이. 어디에선가 그때의 소질을 살려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것 같다. 지훈이는 내가 지금도 이 지우개 도장을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 지우개를 볼 때마다 십수 년 전 지훈이의 중학생 때 모습을 떠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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