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1동

지겹도록 계속되는 우기에 푹푹 찌는 폭염까지 올여름은 유난히 길고 지루했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한낮, 잠시나마 더위를 잊으려 베란다에 나가 시원한 물줄기를 한바탕 뿜어대다 보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는 것들이 있다.
말년에 뇌출혈로 쓰러지신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좁은 당신의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셨다. 당신의 손때 묻은 살림살이를 정리할 새 없이 한순간에 자신의 육신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되셨지만 “언젠가 다시 자신의 살림살이를 돌볼” 그날을 포기하지 않으셨던 어머니. 그 세월이 길어지면서 어머니는 낙담과 슬픔으로 여위어가셨다.
“에미, 니가 가지고 있어라. 내 죽으믄 저것들 다 쓰레긴데 다듬잇돌은 내 시집올 때 갖고 온 기라. 그라고 뚝배기 저거는 오래 된 기라. 요즘 반딱하기만 한 질그릇하고는 사뭇 다르제.” 시어머니의 다듬잇돌과 뚝배기는 그런 사연으로 우리 집으로 시집온 것들이다. 시어른의 오랜 투병으로 경제적·정신적·육체적으로 지칠 대로 지쳐 있던 그때 내게 시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왔다는 다듬잇돌, 이 나간 뚝배기는 천덕꾸러기 자식처럼 고울 리 없었다.
고통스런 기억도 세월이 가면 그 자리에 애틋한 그리움만 남기는가. 이젠 다듬잇돌을 보고 있노라면 시집와서 한평생 마음고생만 하다 가신 시어머니의 시름이 보이고, 뚝배기에선 가난한 살림살이에 소박한 된장찌개를 끓였을 어머니의 젊은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메어온다. 다듬잇돌과 뚝배기, 내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어머니의 소중한 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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