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아빠께서 정기구독을 하시기 때문에 골라주시는 기사를 읽다가 정태인 아저씨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출세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음에도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은 정태인 아저씨가 멋지다.” “우리 집에는 가 두 권밖에 없는데 꼭 당첨됐으면 좋겠어요.”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장욱(13)군의 글씨는 인상적이었다. 그가 보내온 독자엽서 마지막에는 이주의 정기독자에 신청하고 싶다는 표시와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전화를 했다. “장욱씨 되시나요?” “욱이는 제 아들입니다만….” ‘부자 독자’와의 ‘재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들과의 만남을 ‘재회’라 표현하는 데는 사연이 있다. 김천중학교 수학교사인 아버지 장병현(43)씨는 바로 1998년 3월에 발행된 197호 독자면 ‘퀴즈큰잔치, 영광의 얼굴들’에 소개됐던 독자다. 그는 그해 설 퀴즈큰잔치 선물 중 하나인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친필휘호 원본에 당첨됐다. 휘호 앞에서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34살이던 그의 나이도 앞뒤 순서가 뒤바뀐 43살이 됐다. 아들은 김천 동신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다.
“3호부터 정기구독을 하고 있으니까 창간독자나 다름없죠. 지난해에는 아들 욱이와 딸 선이도 한겨레 주주가 됐습니다. 자기 이름으로 된 주주 명부를 받고부터는 좀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죠.” 처음에는 장욱군이 아버지 어깨너머로 만화를 보는 식이었는데 장병현씨의 권유로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읽으면서 을 알아갔단다. 얼마 전까지 연재됐던 만화 ‘대한민국 원주민’은 자기가 알아서 잘 읽고는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곤 했다고. 요즈음은 “아빠 뭐 읽을거리 있어요?”라고 질문한 뒤 부모가 추천하는 기사를 읽는 식이란다.
197호 인터뷰에서 “만약 DJ가 정치를 엉터리로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하고 있다. 그러면 휘호 원본을 가보로 대대손손 물리기는커녕 세 살배기 아들 욱이가 철들기 전에 치워야 하는 부끄러운 짐이 될지도 모르는데…”라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던 그. 취임 뒤 실망스런 일도 있었고 해서 지금은 그 휘호를 ‘그냥’ 걸어뒀단다. 나중에 아들 욱이는 이 ‘기념품’을 보며 뭐라고 할까. 그때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걱정에는 아들을 향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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