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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물건] 내 사랑 선우대영

등록 2007-04-13 00:00 수정 2020-05-03 04:24

▣ 이연수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또 어김없이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했다. 야구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40대의 아줌마, 바로 나다. 야구를 좋아하게 된 것이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78년 때니 어언 30년이 다 되어가는가 보다. 중·고교 시절에는 최동원, 박노준, 선동렬, 최계훈, 양상문 등 기라성 같은 고교야구 선수들에 열광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을 하게 되었다. 잠실야구장 바로 건너편에 있는 여고에 다니던 나는, 내가 야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년부터 좋아했던 팀은 OB베어스, 지금의 두산베어스다. 좋아했던 선수는 OB베어스 투수였던 선우대영 선수다. 지금 두산베어스에서 뛰고 있는 홍성흔, 김동주, 안경현 등 수많은 선수를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나의 ‘로망’은 선우대영 선수다.

숱한 연예인들에게 눈길 한 번 줘본 적이 없었던 눈 높은 여학생이었는데 선우대영 선수가 결혼을 하던 날은 얼마나 슬펐던지. 그는 야속하게도 결혼하자마자 아내를 따라 미국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요즘처럼 야구장에서,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없었던 80년대 초, 수줍게 팬레터를 보낸 나에게 선우대영 선수는 친히 엽서를 보내주었다. 선우대영 선수가 보내준 엽서를 볼 때마다 아직도 가슴이 뛴다.

OB베어스가 원년 한국시리즈 결승전을 벌이던 날, 고3이던 나는 학교 야간수업도 빼먹고 야구장으로 갔다. 그리고 그날 OB베어스는 원년 한국시리즈의 우승컵을 안았다. 그 감격적인 날의 야구장 입장권 역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4월6일, 대전구장에서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렸다. 미국 프로야구나 일본 프로야구처럼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올해 나의 가장 큰 바람은 두산베어스가 ‘V4’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선우대영 선수를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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