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희 대전시 중구 문화동
시대마다 유행하는 스타일이 있게 마련이다. 70년대 초에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 ‘빽바지’라 하여 몸에 꼭 끼는 바지가 유행하다가 이후에 나팔바지, 통바지 등이 유행했다. 한때는 사계절을 입어도 괜찮은 군복이 유행했고 그 군복을 물들여서 입는 ‘나만의 스타일’도 등장했다. 그땐 그런 게 멋있어 보였다.

나 또한 그 유행에 따라 노란 나팔바지에 통굽을 신고 청년문화 생활 중 하나인 DJ가 있는 다방에 앉아 쓰디쓴 ‘다방 커피’를 마시곤 했다. 조금은 생경한 팝을 신청해놓고 집들이 선물로 최고의 인기상품이었던 팔각 성냥통 안에 있는 성냥을 꺼내 집짓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멋이었다. 그곳에 앉아 친구들과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다가 찻값을 계산하고 나올 때 다방 이름이 찍힌 오밀조밀한 성냥갑들을 집어오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그걸 하나둘 가져오던, 유행에 앞서가는 아가씨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었고, 그때의 내 나이와 비슷한, 나하고 똑 닮은 딸과 아들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얼마 전 날이 포근하기에 성급하게 봄맞이 옷장 정리를 했다. 장롱 서랍 깊숙한 곳에서 결혼 전에 모았던 성냥갑들이 나왔다. 한참 동안 잊고 있었던 그 당시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긴 성냥갑들을 꺼내놓으니 딸과 아들이 요즘 커피숍이나 맥줏집에서는 일회용 라이터를 준다면서 신기해했다. 가끔은 흘러간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물건을 자식들과 함께 보면서 잠시 그날의 추억 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그것 역시 또 다른 추억으로 쌓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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