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경석 대전시 중구 용두동
오늘도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뻐꾹~” 소리를 내며 뻐꾸기시계가 여섯 번을 거푸 울었기 때문이다.
내 잠을 깨워주는 뻐꾸기시계를 구입한 것은 아들이 고교 1학년으로 진학하던 즈음이었다. 뻐꾸기시계의 울음에 맞춰 기상하면 우선 아이들을 깨웠다. 다음으로 아내를 독촉해 아침상을 받고 아이들을 차로 학교 정문 앞까지 태워다주고 출근했다. 그런데 ‘탁란의 사기꾼’으로 소문이 자자한 뻐꾸기 소리로 누가 벽시계를 만들었는지는 도통 모를 일이다.
평소 자연 다큐멘터리 방송을 애청하는데, 여기서 보면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슬며시 알을 낳고 사라져버린다. 뱁새 등의 새들은 그러한 속임수의 ‘탁란’(托卵)을 꾀하는 뻐꾸기의 알을 아무 의심 없이 정성을 다해 키운다. 정작 자신이 낳은 진짜 알은 이미 뻐꾸기 새끼의 횡포로 사라지고 없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뻐꾸기가 희대의 사기꾼이든 아니든 간에 뻐꾸기의 목소리는 우아하면서도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고향의 뒷산에서는 늘 그렇게 뻐꾸기가 울었다. 아침마다 잠을 깨우는 뻐꾸기 소리는 마치 그 옛날 구수한 할머니의 음성과도 같다.
뻐꾸기 소리로 잠을 깨 비몽사몽으로 등교했던 아들은 군에서 제대해 복학 준비 중이다. “뻐꾸기 소린 듣기 싫으니 근사한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알람시계로 바꾸면 안 될까요”라고 앙탈(?)을 부렸던 둘째아이 역시 여대생이 되어 서울로 유학을 갔다. 이제 뻐꾸기시계는 자신의 소임을 마치고 은퇴를 해도 무방하다. 나 역시 늙어가는 터라 울음 전에 먼저 기상하는 때가 더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괄시를 한다면 뻐꾸기시계는 얼마나 억울하다며 항변을 할까 싶어 여전히 벽에 걸어두고 있다. 내일 아침에도 뻐꾸기시계는 다시 울 것이다. 그래, 울어라. 네가 운다는 건 살아 있다는 방증이니. 네가 늙고 병들어 초침마저 산화되는 때가 아니라면 내 굳이 너를 버리지 않으리라. 왜? 너와 나는 함께 늙어가는 동반자와도 같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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