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경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동
<효원> 59호. 남들 보기에 별 볼일 없는 학교 교지일 뿐이지만 생애 처음으로 내 이름 석자가 자랑스레 찍힌 책이다. 물론 그 뒤 부끄럼도 잊은 채 6권의 책을 내는 뻔뻔함까지 보였지만. 책장 한 곳에 얌전히 잠자고 있는 59호는 나의 학창시절이자 캠퍼스며 작은 꿈의 시작이기에 다른 얘기들(6권의 책)에 비해 애틋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좀더 아픈 손가락은 있는 법이니 말이다. 새내기 티를 막 벗을 때쯤, 학교 교지 편집위원회인 ‘효원’에 잠입했던 나는 꼬박 2년 동안 <효원>에서 삐댄(?) 덕에 그곳을 통해 세상(너머)을 볼 수 있었으며, 비로소 아가미로 숨 쉬는 법까지 배웠다.
우매하고 촌스러웠던 본인이 <한겨레21>을 만나게 된 것도, <말>지와 접견한 것도, <인물과 사상> <창작과 비평> 등 초호화 스펙터클한 인문사회 서적들을 만나뵙게 된 것도 다 은혜로운 <효원>의 물적 토대 덕분! 학내 신문사, 영자 신문사, 방송국에 비해 열악한 재정 환경으로 뼛속 깊이 새겨진 서러움에 목메어 울던 날들이 수많았지만 새내기도 울고 간다는 참신함과 누구보다 우수한 기획력에 대한 자부심(혹은 자만심?)으로 우리는 언제나 행복했다. 수습 시절 멋모르고 따라나섰던 소설가 방현석 선생님 인터뷰에, 일평생 노동자들의 곁을 지켜오신 하종강 선생님을 직접 인터뷰하는 영광까지 얻었으니 내 어찌 이를 잊을 수 있겠는가.
2002년 생명공학도의 꿈을 안고 P대학에 들어선 나를 사회 선생님이라는 새로운 길로 안내한 <효원>. <효원>의 매력에 빠져 학업에 소홀했던 탓에 장기 졸업생이 됐지만, 그 시절 세상이 내게 준 선물은 어떤 것보다도 값지기에 후회란 없다. 벌써 70호가 나왔다. 열악한 환경에서 (박 터지게) 책 내고 있는 우리 미녀 삼총사 후배들, 언제나 꿈꾸고 행동하는 자랑스런 여전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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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한겨레 그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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