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교실 뒤편에 마련된 ‘시사란’ 게시판을 채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집에 쌓여 있던 <한겨레21>을 갖다주고 알아서 오려 쓰라고 했더니 재미있어하면서 가져다 읽더군요.”
전북 전주 솔빛중학교 국어교사 최형조(46)씨의 기억에 자리잡은 일화 한 가지다. 요즘도 왕왕 <한겨레21>에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수업 시간에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가 <한겨레21>의 ‘팬’을 자처하는 건 아니다. “외래어나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한다고 그걸 ‘한글 사용’으로 볼 수 있을까요. 한글 살리기는 이런 게 아닐 텐데.” 한자 쓰기를 통해 정보 접근성을 낮추고 기득권을 지켰던 한자 세대처럼 서구에서 도입된 갖가지 용어들을 남발하며 또 다른 ‘은폐’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뜻이다. “가끔은 화가 나서 바로 전화기를 들고 싶지만 저도 나이를 먹는지 참는 데 익숙해져갑니다.” 걸려오지 못한 그의 전화를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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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가 인상적으로 읽은 기사는 587호 표지이야기 ‘나는 파리의 슬픈 마그레브’. “톨레랑스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는 진보의 보금자리로 여겨져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부’는 아프리카나 베트남 같은 식민지에서 끌어온 것입니다. 유럽을 진지하게 고찰하는 기회를 준 유익한 기사였습니다.” 또 친일파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한겨레21>의 태도에 감사를 표한다. “회비만 내고 있기에 ‘활동’이라 말하긴 부끄럽지만 제가 10여 년째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2006년에도 <한겨레21>은 공시적이면서도 통시적인 기획물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아시아 네트워크’와 관련해 약간의 아쉬움을 보였다. “현지 기자들의 기고물이라는 틀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논지를 개발하는 게 어려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현지 취재에 직접 나서거나 국내에 체류 중인 현지인과 인터뷰를 하여 정황을 들여다보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에 대한 관심을 부탁한다. “저도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만, 전교조를 포함한 교육 관련 단체들의 입장만 들을 것이 아니라, 요즘 애들이 교실에서, 거리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어떤 고충을 겪는지 자세히 살펴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겨레21>의 손에 돋보기를 쥐어주고 싶은 그의 맘을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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