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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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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호를 보고

등록 2005-1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과학적인 국민을 기다린다

난자 채취와 생명공학의 윤리를 점검한 특집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배아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생명윤리가 강조됩니다. 비난받기 시작하면 연구를 지속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사견으론 황우석 교수의 난자 관련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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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민들입니다. 황무지에 버려진 풀처럼 내버려두었다가 이제 막 거름을 주기 시작한 생명공학에서 황금알이 쏟아져나온다니 흥분 안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생명공학을 진정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우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좋은 과학을 이해하고 나쁜 과학은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과학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때론 이성적이지 못합니다. 황 교수는 우리의 척박한 과학 현실에 희망을 줄 수 있는 훌륭한 과학을 하셨지만 이번에는 비난받으실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황 교수님께 상처 없는 완벽함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티끌은 티끌이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더 큰 상처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화방송은 제보를 받았고 그에 따른 취재를 했을 뿐입니다. 과학자들도 실수를 하고, 국민들이 그렇게 신뢰하는 <사이언스>나 <네이처>에도 때로는 잘못된 논문이 실리기도 합니다.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이 실수를 하면 체크할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우리 과학계에 크로스체크 기능이 상실됐다고 기자들이 판단해 일어난 일입니다. 원래는 기자들이 나설 부분이 아니지요. 국민들도 진정으로 우리 과학을 사랑하신다면 잘한다고 내버려두지 마시고 좀 흠집이 났다고 내치지도 않는 참된 사랑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젊은 과학도(jeioh)

‘애국주의’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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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숨겨지는 진실이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진실을 밝혀내지도 못합니다. 만약에 정말로 황우석 교수에게 잘못이 있더라도 우리나라 언론들이 그러면 안 됩니다. 식자들의 어쭙잖은 양심입네 하고 얘기하는 속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허위와 가식과 이중적 잣대가 숨어 있는지 그동안 너무도 많이 봐왔고 잘 알고 있습니다. 문화방송이나 당신이 말하는 진실이 무엇입니까?

맹목적인 애국주의와 국수주의는 지양돼야 합니다. 그런 단어들은 주로 우파 쪽에 어울리죠. 우리가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는 것이 그렇게 보이나요? 아무데나 그 단어를 붙이면 안 됩니다. ‘맹목적 애국주의’니 ‘국수주의’는 독일의 나치나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도는 되어야 어울립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들이죠. 오늘날로 본다면 미국이 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자국의 석유 확보와 일부 세력을 옹호하면서 이라크를 무참하게 짓밟는 행위들.

우리가 황 교수를 옹호하는 것에 그런 말을 붙이면 그 단어의 원래 의미를 모르고 아무데나 남발하는 꼴입니다. 실망입니다. 식자층들이 잘난 척하는 놀이에 빠져버린 건 아닌지, 무엇이 진정한 진실인지 눈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khjun1010

*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 가까이 두라.” 독자 의견을 보내주신 분께는 우리말을 제대로 쓰는 310가지 방법이 담긴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 2> (한겨레신문사)를 한 권씩 드립니다. 언어학자, 전문번역가 등 우리말 전문가 8명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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