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보건의료연대, 베트남평화의료연대, 민주노동당.
박태식(37)씨가 몸담고 있는 단체의 이름들이다. 자연스럽게 거주지와 직업, 지향점이 꿰맞춰진다. “흔히 말하는 386세대의 막내입니다. 69년생 89학번. 학생회 일을 한다고 학교도 오래 다녔죠.”
<한겨레21>과 인연을 맺은 건 2000년 8월부터다. 병원을 개원하면서 <한겨레21> <한겨레> <씨네21> 세 식구를 새로 영입했다. 병원 대기실을 주부잡지로 꽉 채우지 않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분들에게 세상사의 진실된 단면들을 보여드리고자 받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매일 ‘근심 푸는 곳’에 갈 때면 어김없이 잡지를 손에 쥔다.
“솔직히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앞부분부터 그냥 좍 읽습니다.” 개중에 눈길을 사로잡는 기사는 정치·통일 분야나 의료 관련 소식, 제3세계 이야기들이다. “예전에 비해 예봉이 많이 무뎌졌어요. 이젠 남들도 다 정치권이나 재벌들을 욕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얼마 전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 일원으로 베트남 따이선현 따이빈사에 의료봉사를 다녀왔다(사진). 그곳에서 알게 된 작가 반레의 소설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을 일독해볼 것을 권한다. “우리의 눈이 아닌 베트남 민중의 눈으로 바라본 베트남 전쟁 이야기입니다. 생생한 느낌이 밀려옵니다.” 반레는 시, 소설 20여편을 쓴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원혼의 유언> 등을 제작한 영화감독이다. 그는 10여년간 전장에서 겪었던 뼈아픈 고통과 아름답고 시린 기억들을 한데 모아 이 소설에 담았다.
“법륜 스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시간에,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할 때 사람으로서 가장 가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고, 여러분도 그러시길 바랍니다. 특히 한겨레 세 식구도 확실하게 부담을 느껴주세요.” <한겨레21>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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