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하면서 논술 준비에 여념이 없던 시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꽤나 고민했다. 하지만 실력은 고민 횟수에 반비례하는 것만 같아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 들락거리다가 일기 쓰는 것이 글솜씨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에 그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중학교 입학 이후로 일기 쓰는 것을 멀리하다 이런 이유로 다시 쓴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성실히 쓸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벌써 3년째 매일매일 한쪽씩을 내 글씨로 채워나가고 있다.
대학 신입생 시절 남몰래 짝사랑하는 그녀에 대한 설렘으로 채워진 하루, 별것도 아닌 일에 며칠을 고민하는 소심한 내 모습을 새긴 하루, 늘 바쁘기만 한 이등병 시절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작은 수첩에 빼곡히 적혀 있는 고된 하루, 병장 시절 전역 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을 생각하며 보내던 하루 그리고 현재의 하루까지.
3년여 동안 머릿속에서 잊혀져간 추억들이 일기 속에서 생생히 살아 있어 나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들어준다. 예전 일기장를 꺼내 읽으며 느끼는 그 무언가는 일기를 쓰는 이들만이 느끼는 특권일 것이다. 디지털이 난무하고 연필보다는 키보드의 촉감이 익숙한 요즘 시대에 삐뚤빼뚤 못생긴 내 글씨로 꽉 차 있는 일기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내 행동에 대한 반성과 조금씩이나마 늘어가는 글솜씨는 기특하게도 매일매일 마주하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겠지?
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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