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충북 청원군에서 6천평의 논농사를 하며 80두의 한우를 사육하는 임영기(64)씨. 맨손으로 출발해 농토와 가축을 이만큼 장만했지만, 자녀들 학비를 대다 보니 통장은 항상 ‘마이너스’요, 빈 곳간 다시 메우기에 바빠서 잡지 한권 읽을 틈을 내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틈을 낸다.
“부동산 투기 벼락은 맞지 못했고, 그저 열심히 일해서 살림을 꾸리는 처지지만, 최소한의 문화비는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문에 게재되지 않는 잔잔한 뒷얘기들을 소상히 다루고, 다른 주간지보다 중립적인 위치에 서 있는 <한겨레21>을 창간호부터 구독해왔다. “편집장의 글과 마지막 장의 논단(현 ‘노 땡큐!’)을 꼭 읽으려고 합니다.” 가끔은 신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사나 처음부터 끝까지 수다 일색으로 채워진 껍데기 기사를 읽고 크게 실망하기도 한다.
임영기씨처럼 일이 바빠 컴퓨터를 따로 만질 시간이 없는 이들일수록 정기구독을 선호한다. 매주 대문 앞까지 제 발로 찾아오는 책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놓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면서, 일요일 아침 화장실에서, 늦은 밤 휴식시간에 졸면서, 그렇게 찾아 보다가는 책꽂이에 모아두고 다시 또 꺼내본다. 그는 “자투리 시간 활용법으로 이만한 게 없다“고 강조한다.
요즘엔 예전처럼 젊은이들이 하는 만큼의 많은 일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몸 곳곳에서 ‘고장 경보’가 울리면서 일의 능률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가끔은 서글프기도 하다. “64년간을 일에 묶여 지냈으니, 이젠 일도 좀 줄이고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내에서 책 몇권이라도 사서 늙으며 멀어진 지식들을 보충하고 싶습니다. 궂은 일 대신 분재를 하고 싶네요.” 그러나 “아직 할 일이 있고 노숙자도 아니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거 아니냐”며 금세 기분을 털어낸다. <한겨레21>도 응원 한가득 실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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