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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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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호를 보고

등록 2005-05-26 00:00 수정 2020-05-03 04:24

<한겨레21>의 센세이셔널리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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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소속 회계사입니다. 표지 제목을 보고 당황스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선, 선정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읽기도 전에 결론을 내리게 만들고, 제목을 질문화법으로 처리하거나 ‘의혹’이라는 단어를 써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언론사의 책임을 피하고 있습니다. 전문기관의 조사나 통계치 등에 의존하지 않고 겨우 몇명을 인터뷰하고 풍문을 모아, 기자가 평소에 느끼고 있던 에세이를 쓴 것 같습니다.

둘째,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기업과 대척관계에 있는 권력기관을 막연히 절대선으로 간주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경제현실을 외면하고 국고주의적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정부기관 및 공무원에게도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절대선의 경지에 도달한 성리학적 군왕이 등장해, (부정부패가 없다는 전제하에) 변호사·회계사 등 민간 영역의 법 전문가를 모두 없애버리고 정부가 무한한 권력을 행사하는 나라가 이상적입니까. 저는 (물론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하지만) 납세자의 권익 보호를 돕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보람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기사가 실망스럽습니다. /jhryoo

->의견에 감사드리며 답변을 하겠습니다. 표지 제목을 지적하셨습니다만, 제목은 솔직히 제 권한 밖입니다. 그러나 ‘회계사가 탈세 도우미인가’라는 제목이 본문의 내용과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취재하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었고, 구체적인 자료들을 모았으며,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내밀한 얘기들도 많이 들었습니다. 풍문이 아닙니다. 2쪽에 걸친 세무사의 자기고백서도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에세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전문성, 윤리성을 갖추고 열심히 일하는 회계사·세무사들과 큰 관련성이 없는 대형법인 회계감사팀의 회계사들마저 일반화해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회계법인이나 회계사들도 분식이나 탈세 과정에 개입돼 민·형사상 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대상선 분식회계나 대우의 분식회계 과정에 대형 회계법인이 관여돼 있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들입니다. 사실 독자님과 저의 인식의 차이는 이런 것 같습니다. 독자님이 보시기에 ‘왜 모든 회계사와 세무사를 나쁜 놈으로 모느냐?’는 것일 겁니다. 기사에 그런 의도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가급적 취재원들이 증언하는 것을 인용부호로 썼고,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abc입니다.
두 번째 지적은 제가 답변드릴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사와는 별개로 독자님에게 고정된 시각이 스며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부조리가 있다면 청와대든 동료 기자든 의원이든 누구나 다 고발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정 계층에 대한 편견은 없습니다. 또한 제 주위의 회계사와 세무사들에게 도움을 얻으면서, 솔직히,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취재를 하면서도 꽤나 망설였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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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의견에 채택되신 분께는 미식가들의 지친 혀를 달래는 담박소쇄한 맛, 한창훈 소설집 <청춘가를 불러요>를 1권씩 보내드립니다. 바닥을 겪은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깊이와 애환을 가볍고 경쾌하게 펼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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