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해는 1989년. 그러니 1987년형인 이 전축은 내가 어릴 때부터 보고 살아온 아버지의 보물 중 하나다. 1987년, 아버지는 30대 초반 즈음이었다. 당시 새 전축을 구입하느라 제법 비싼 값을 치르셨을 듯싶다.
아버지는 학창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한다. 레코드판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팝, 클래식, 트로트…. 수도 없이 많다. 꽤 오래됐지만 별다른 고장 없이 아직까지 잘 돌아가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물건이 있다는 사실에 집에 온 손님들은 한결같이 놀라워한다.
지금도 아버지께선 술을 한잔 하시고 음악을 트신다. 분위기를 띄울 때에도 트시고, 일요일 아침에도 변함없이 트신다. 눈을 뜨면 참으로 고상한 음악이 들려오곤 한다.
형과 나, 우리 형제가 그런 분야로 발달된 것이 아버지 덕분인 듯싶다. 혹시 어릴 때부터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일부러 구입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정말 그러한 의도가 있으셨다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감히 말해본다. 영어 조기교육처럼 어릴 때부터 힘들게 하는 게 아니다. 감수성과 지성을 기르기 위해 아이가 음악과 함께 자라도록 하는 게 참 좋다고들 하지 않던가.
하지만 아버지의 보물인 전축과 레코드는 어머니에겐 짐이고 집을 “배리는” 물건이다. 어머니도 자식들이 음악성을 지니게 된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인정하는 듯하시지만 매일같이 아버지에게 소리를 낮춰달라고 하며 이사할 땐 짐이 될 뿐이니 “이번만큼은 꼭 버리자”고 얘기하신다. 하지만 아버지는 “절대 NO”이시다.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전축엔 옛 추억이 가득하기 때문이리라.
가끔 많은 레코드판을 쳐다보며 저걸 팔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어머니는 “그냥 줘도 아무도 안 받을 거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아버지의 컬렉션엔 오래되고 귀한 판들이 많다. 상태가 좋은 것들도 많다. 아버지가 제대로 관리를 안 하셨을 리가 있겠는가.
우리 형제가 사회에 나가 결혼을 하고 독립된 가정을 꾸리면 아버지 곁에 항상 있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전축만큼은 그대로 있어서, 평생 아버지의 벗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김석현/ 경남 마산시 회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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