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를 멈춰놓고 조끼를 걸친다. 낮이고 저녁이고 따뜻해도 왠지 좀 허전하다 싶을 때면 찾아입게 되는 나의 파랑 조끼!
가끔은 남편이 입을 때도 있는데 주로 화장실 갈 때(우리집 화장실이 좀 춥다) 덧입거나 나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에 입는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은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나밖에 볼 사람도 없으니 그는 작은 조끼를 입고서도 당당하다.
10여년 전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판매대에 놓인 이 녀석이 마음에 쏙 들어 좋아라 하며 집어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판가라 가격도 굉장히 저렴했다. 처음엔 패딩 조끼에 걸맞게 제법 두툼해서 외출할 때 요긴하게 입었는데, 솜이 납작해지면서 이젠 실내에서 입기 딱 좋은 모양새가 되었다. 10년을 입었지만 흠집이라곤 뒷솔기가 10cm 정도 터져서 내 볼품없는 바느질 솜씨로 감침질을 한 것과 앞판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오래된 얼룩 정도다. 여전히 따뜻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20대에는 파랑 조끼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만큼 원색의 옷을 즐겨 입었다. 하지만 지금 내 옷장에는 한데 뭉쳐 보이는 검정, 회색, 밤색의 옷들이 대부분이다. 분명히 옷가게에서 내 눈이 가는 옷은 따로 있지만 사들고 와서 보면 항상 비슷한 색의 옷으로 바뀌어 있다. 그래서 그런 옷들 위에 겹쳐 입으면 이 파랑 조끼가 생뚱맞아 보일 텐데도, 예나 지금이나 옷 입는 일에선 남의 이목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난, 오늘도 가스비를 아끼겠다고 파랑 조끼를 걸치고 앉아 있다. 요즘은 그 조끼 위에 한 녀석이 더 있다. 잠이 와서 칭얼대는 둘째 녀석을 업고 앉아 있으니 다리도 저려온다. 그래도 따뜻해서 참 좋다.
한영옥/ 인천시 남동구 남촌동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직 사의…사법 3법 추진에 반발

일본, 이제 ‘세계 5대 수출국’ 아니다…한국·이탈리아에 밀려나

러시아 “돈바스 내놓고 나토 나가”…선 넘는 요구에 우크라전 종전협상 ‘난망’

‘재판소원 육탄방어’ 조희대 대법원…양승태 사법농단 문건 ‘계획’ 따랐나

홍준표, 이 대통령 부동산 정책 맞장구…“부동산 돈 증시로 가면 코스피 올라”

박정훈, ‘항명’ 기소 군검사 재판서 “권력의 사냥개들” 비판

정청래 “사법 3법 곧 마무리…조희대, 거취 고민할 때”
![왜 부자는 수돗물을 마시고 가난한 사람이 병생수 마실까 [.txt] 왜 부자는 수돗물을 마시고 가난한 사람이 병생수 마실까 [.txt]](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227/53_17721459993113_20260226504293.jpg)
왜 부자는 수돗물을 마시고 가난한 사람이 병생수 마실까 [.txt]

‘경찰 출석’ 전한길 “수갑 차고서라도 이준석 토론회 간다”

임은정, ‘한명숙 사건’ 소환해 백해룡 저격…“세관마약 수사, 검찰과 다를 바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