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기 독자편집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열린 8월27일 전날 재능교육의 오수영·여민희씨가 서울 혜화동 종탑을 내려왔다. ‘폐간’이 목표인 은 이날 리뷰하는 첫 호 970호에 창간했다. 과 함께 더운 여름을 건너와서 끝을 본 셈이다. 그사이 촛불시위는 불볕을 잊고 이어졌다. 독편위원 중 2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시청 앞이 이상하게도 별로 안 더워요.” 박선희 위원의 소감이다. “혼자 가려니 뻘쭘하더라고요. 다음에 같이 가요.” 박가영 위원이 말한다. 어떤 건 끝나고 어떤 건 시작된다. 회의 다음날 국정원은 ‘내란음모죄’ 칼을 뽑아들고 기세등등하게 재등장했다. 2013년 여름의 끝, ‘마지막’을 하나 더 보탠다. 이날 회의는 총 25기의 독자편집위원회 마지막 회의였다(상자 기사 참조). “문 닫는다”는 말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요?”라고 묻는다. “아닙니다. 정말 잘해주셨습니다.” 회의 속에서 여름이 흘러가고 13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생각지 못했던 차별, 냄새
박선희(이하 박선): 법인세 실효세율을 다룬 975호 표지이야기 ‘말이 되나 실효세율 삼성전자 12%, 중소기업 22%’가 좋았다. 세율을 퍼센트로 이야기해주는 기사는 많았는데 개별 기업을 이렇게 분석해준 기사는 없었다.
임성용(이하 임): 부모 도움 없이는 중산층 되기도 힘든 사회가 되고 있다. 만약 소득세를 증액하려면 정부는 노후 대책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우선 마련하고 설득해야 할 것 같다.
구혜림(이하 구): 세수로 국가가 운영된다. 복지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뒤 그 방법으로 증세를 하는 것은 저항감이 다른 선심성·과시성 정책에 대한 과세와는 다르다. 순수 개인과 법인에 대한 조세정책의 접근에 차이가 있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 유익했다.
박가영(이하 박가): 문화 ‘무섭지만 보게 되는 공포 웹툰’에서 다룬 공포 웹툰은 무서워서 피해다니는 편이다. 그런데 지면을 넘기다 딱 나와서 공격받은 느낌이었다.
박선: 974호 ‘느낌 아니까, 후~’ 표지의 한홍구·서해성 대담은 비슷한 주제로 얼마 전에 접했던 것이라 감흥이 반감되더라.
K군(이하 K): 광우병 때의 촛불시위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게시판을 통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시위에도 나갔는데, 이번 국정원 규탄 시위는 진행되는 것을 늦게 알았다.
정진희(이하 정): 동생에게 시위 사진을 보여주니 깜짝 놀라더라. 그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보지도 못하고 얘기도 나오지 않으니 너무 모르는 것 같다.
K: 은 볼 때마다 찡하다. 무기력한 느낌도 있고. 이러고 있는데도 안 들어주나 싶었는데, 어제 내려왔다니 내 일처럼 기쁘다. 노동자들이 말을 들어달라고 올라간 것인데 이 그 말을 계속 전해준 것이다.
박선: 사회 ‘당신의 눈이 냄새 맡는다’에서 ‘냄새 차별’은 생각도 못했던 차별 지점이었다. 지하철과 버스 등에서 직접 맞부딪치는 일인데 이게 차별이고 혐오일 수 있겠구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
정: 기획 ‘잠을 잊은 그대에게’가 신선했다. 정보도 많았고. 안 그래도 더워서 잠자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것도 나름 이슈다 싶어 신선했다.
박가: 973호 표지이야기 ‘철거왕 이금열’에서 다원이란 회사는 태어나서 처음 들었다. 기사가 추적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었다.
K: 이 사람이 잡힌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게 더 무섭다. 동네 깡패 수준이 아니라 체계화돼 있다.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강제퇴거를 심판대로’ 기사에서 사람 쫓아내는 게 범죄가 아니라 업무라고 하는 게 무섭다.
박선: 특집1 ‘인생 이모작’은 읽다보니 중산계층에 특화해 기사를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분들도 은퇴하고 일거리가 필요하겠지만 일자리가 아예 없는 폐지 줍는 분들에게까지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싶었다.
군대 경험을 내면화한 여성들정: 가장 재미있게 본 호였다. ‘차라리 외신 보세요’도 꼭 다뤄줘야 할 포인트고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원전 줄어도 괜찮았다’는 우리나라 얘기랑 일본 사례도 개인적으로 속시원한 내용이다. 이번호에 소개된 책들도 흥미로워 보여서 많이 샀다.
박선: 973호 표지 ‘꿇어! 대한민국’ 위에 있는 글자 ‘종박’을 ‘존박’으로 잘못 읽었다. (웃음)
구: 예전에 한 여자 강사가 군대는 살인 기술을 배우는 곳이라고 했는데 그게 생각나는 표지이야기였다. 여자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남자들의 군대 경험을 내면화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 점을 다룬 권인숙 교수의 글 ‘20대 여성은 왜 군가산점제를 찬성하나’가 예리했다. 전체적으로 군대 이야기를 다룬 수많은 기사 중 가장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박가: 사회 ‘지옥에서 보내는 한철’은 974호의 냄새 차별처럼, 자연현상들도 계급을 나누는구나 싶어 답답했다. 세밀하게 묘사돼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구: 를 읽고 있는데 971호 표지이야기 ‘중국 자본이 탐하는도다’가 생각나더라.
박가: 사람과 사회 ‘성산업… 부숴버릴 거야’를 보고 를 신청했다. 그런데 이 기사가 그대로 실려서 오고는 그 뒤로는 안 온다. (웃음)
박선: 970호 ‘벌거벗은 임금님 통상임금님’ 표지 제목이 재밌었다.
구: ‘그나마 소송이라도 할 수 있는 노동자’ 기사는 알바를 포함해 비정규직, 하청의 하청, 복잡한 계약관계에 얽힌 노동자까지 놓치지 않고 다뤄서 좋았다.
박선: 그러고 보니 970호에 을 창간했네.
박가: 레드 기획 ‘항공여행 앞둔 소심남녀를 위한 안내서’가 유익했다. 정말 비행기를 무서워한다. 하늘에 떠 있다는 걸 못 믿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도 무서워한다는 마음의 위안을 주었다.
성용: 나 내일 아시아나 비행기 타러 간다. 무사 귀환을 빌어달라.
진행·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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