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3일, 20기 독자편집위원회의 세 번째 모임이 있었다. 지난번 모임 때 회의실 에어컨이 꺼져 땀을 뻘뻘 흘려야 했던 아찔한 기억 때문에 이번엔 서울 홍익대 앞 카페를 예약했다. 장소는 김대훈 위원이 섭외했다. 그가 “ 독편위 회의니까 왠지 이런 곳에서 모여야 할 것 같아서”라고 말한 카페는 공정무역으로 거래한 ‘착한 커피’를 파는 곳이었다. 착한 커피를 마신 탓은 아니었겠지만, 819호에서 824호까지 다룬 이날 회의에서는 유독 날카로운 논쟁보다 화기애애하게 보듬는 ‘착한’ 말들이 많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김경민·변인숙 위원을 제외한 5명이 모였다. 김경민·변인숙 위원은 ‘티격태격’(10쪽)으로 이날 모임을 갈음하기로 했다.
지자체 예산 낭비, 시민이 감시해야사회: 오늘은 좋았던 표지를 먼저 말해보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 같은데, 다들 어떤 표지이야기가 좋았나.
김대훈·전우진·이연경: 824호 ‘2010년 대한민국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가 좋았다.
정다운: 나는 822호 ‘7·28 광주, 절반의 혁명’.
박지숙: 821호 ‘동해에 몰려온다, 지옥의 군단’이 좋았다. 다른 매체에서는 이번 훈련을 자세히 다루지 않은데다 두 나라의 동맹을 위해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말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동안 얼마나 무감각했는지 깨달았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우진: 나는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군사·전쟁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왜 한-미 군사훈련을 두고 ‘외교적 결례’라고 할 정도로 높은 수위로 비난했는지, 미국은 중국의 이런 반발을 예측했을지도 모르는데 왜 훈련을 강행했는지 등 중국·러시아·미국·한반도의 관계를 모두 아우르는 정보를 원했다.
김대훈: 제목의‘지옥’이라는 단어가 불편했다. 지옥과 천국 하면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미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먼저 덧씌우고 읽게 하는 듯하다.
전우진: 같은 호에서 지방자치단체 예산 문제를 다룬 특집 ‘독박쓰고, 돌려막고, 쏟아붓고… 조금 위험한 인천 이야기’가 좋았다.
이연경: 예산을 남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시민으로서 내가 사는 지역 지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예산이 남용되지 않도록 잘 감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대훈: 예산을 어떻게 거두고 어떻게 책정하는지에 대한 과정도 친절하게 알려주면 좋겠다. 예산 자체에 대해 정리한 기사가 한번 나오면 어떨까.
정다운: 민간인 사찰 문제를 다룬 특집 ‘이제 게이트는 협회로 통한다’는 어땠나. 이 문제가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 감이 잘 안 잡혔는데 을 보면서 정리했다. 다른 매체에서 싣지 않은 사실까지 꼼꼼하게 다뤘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큰 이슈가 되지 못해 아쉽다. 엄청난 권력 남용이 있었는데도 사건이 흐지부지 끝난 것 같아 찜찜하다. 나중에 정권이 바뀌고‘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확 드러나려나.
김대훈: 어떤 정치적 배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난 느낌이다.
사회: 세 사람에게 지지를 받은 824호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대훈: 여러 사례를 통해 정의란 문제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것이라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표지 이미지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카피를 봤을 때는 정의에 대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견해 차이를 명확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약간 번지는 느낌이었다. 서로 다른 지점에 놓인 사람들을 대표한 목소리라기보다는 어떤 사안에 대한 두 사람의 개인적 생각을 주로 말하고 있었다. 탁상공론에 그치는 듯했다.
박지숙: 정의라는 주제가 굉장히 크고 모호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를 두고 토론하면 정답이 안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두 사람의 토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에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싶다.
정다운: 기고 ‘죄 없는 식민지화는 없다’는 일본의 책임 없는 반성을 다뤄 좋았다. 다른 매체에서는 일본 총리의 담화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던데.
박지숙: 민간에서는 일본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두 나라 모두 활발한데, 정치적으로는 이런 의미 없는 반성 담화 뒤에 무엇이 오가는지 모르겠다.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정치 비화가 궁금하다.
이연경: 레드 기획 ‘무녀의 남편, 학자의 아내’도 흥미로웠다. 무속이라는 소재가 읽는 이에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사회와 종교의 맥락으로 무속을 읽을 수 있었다.
박지숙: 이거야말로 레드 기획다운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했다. 감춰져 있는 문화를 들춰낸다든지, 여러 문화적 현상을 앞으로도 이렇게 짚어주면 좋겠다.
7·28 광주 절반의 혁명, 변화의 포착
사회: 정다운 위원의 베스트 ‘7·28 광주, 절반의 혁명’에 대해 얘기해보자.
전우진: 민주노동당의 ‘절반의 혁명’은 광주였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민주당에 실망을 말하는 여론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오병윤 후보가 민노당의 간판을 달고 있지 않았더라도 민주당의 카운터파트로서 이 정도 결과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 물론 한나라당이었다면 힘들었겠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승리’라고 표현하기엔 무리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훈: 그런데 민주당의 패배가 아닌 민노당의 승리로 내용을 엮은 점은 신선했다. 변화를 포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연경: 민노당에만 편향해 기사를 쓴 듯한 느낌도 들었다. 왜 민주당의 이야기는 민노당만큼 실어주지 않았을까.
박지숙: 이슈추적 ‘화학적 거세란 치명적 유혹’은 구체적 사례와 인터뷰를 담아 어려운 주제를 쉽게 설명해주었다.
김대훈: 화학적 거세를 하자, 말자에 대해 처음부터 판단을 내리게 하는 기사가 아니어서 좋았다. 약물의 문제점과 성범죄의 심각성을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특집 ‘2010년 여름, 한국인들의 대탈출’도 흥미로웠다. 내가 그동안 왜 그렇게 외국에 나가고 싶어했는지 이해가 갔다.
전우진: 난 억지로 해석하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 비교한 내용이 있었는데, 일본 사람들도 1980~90년대에 폭발적으로 해외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나. 그들의 지금과 한국의 지금을 비교하기보다는 차라리 그때 일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외국에 많이 나갔는지 지금의 한국과 비교할 지점을 짚어봐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정다운: 819호 이슈추적 ‘돈으로 죽음을 덮으려는 삼성’은 삼성 반도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준 점이 좋았다.
전우진: 삼성이 자체 진상 조사를 한다고 했는데, 조사가 끝났을 시점에 이 문제를 다시 한번 크게 다루면 좋겠다. 계속 얘기하다 보면 사람들이 무덤덤해질 수도 있으니까.
이연경: 줌인 ‘고객님, 1000초만 기다리세요’는 고객이 아닌 직원들의 고초까지 짚어줘서 좋았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을 따로 한번 집중해서 다뤄봐도 좋겠다.
전우진: 경제 ‘비싸고 질 낮은 인천공항을 원하는가’는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기사였다. 그런데 인천공항을 민영화하려는 정부가 저의가 뭔지 자세히 짚어주지 않아서 아쉬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한 세수 부족 때문일 것 같은데….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부동산이 무너진다’
김대훈: 820호 특집 ‘부동의 부동산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는 어땠나. 나에게는 희망적인 기사, 나의 부모님에게는 불안한 기사였을 거다. (웃음)
전우진: 이 땅의 20~30대 직장인에게 와닿는 기사였을 것이다. 회사에 가면 다들 부동산·재테크 얘기를 하지 않나.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이 많은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그들의 심정은 어떤지 등을 담아주지 않은 점은 아쉽다.
박지숙: 부동산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잘 읽을 수 있게 쉬운 용어를 써서 좋았다. 신화로서의 부동산, 그리고 부동산 투기꾼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좀더 깊이 들어가서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박지숙: 레드 기획 ‘귀족 스포츠? F4만 즐기란 법 있나!’를 읽으면서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런 스포츠를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도전하고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국내 여행도 발전하지 않을까. 돈을 쓰는 거지만 생산적으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대훈: ‘귀족 스포츠’라 부르는 운동에 평범한 사람들의 도전이 늘어난다는 것은 삶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말한다.
“도 부장님 멱살 한번…?”이연경: 823호 ‘누명 쓴 시민이 늘고 있다’는 일본 영화 와 겹쳐 보였다. 유죄를 입증하는 것보다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전우진: 기사에서 사용한 데이터에 비약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영장 기각률 추이’ 표를 보면 기각률은 늘어나는데 실제 기각 인원은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이 보충되면 좋겠다.
정다운: 경찰의 지나친 성과주의와도 엮어서 읽을 수 있었다.
김대훈: 초점 ‘588의 낮은 588의 밤보다 위험하다’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짚어준 기사였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선정적이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이들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주면 좋겠다.
박지숙: 성매매 여성을 자칫 불쌍하게만 볼 수도 있도록 하는 어조는 조금 불편했다. 감정이 안 섞일 수는 없겠지만 이런 기사일수록 더 건조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연경: 특집 ‘부장님, 멱살 한번 잡히십시다!’는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었다.
전우진: 상사에게 불만을 품는 건 다들 비슷하구나 싶었다.
박지숙: 나는 오히려 상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사를 괴롭히는 방법을 하나하나 나열한 것은 클리셰처럼 익숙했다. 내부에서도 ‘부장님 멱살’ 한번 잡고 싶은지, 혹은 이런 문제는 남의 일이라고 여길 정도로 평화로운지 작은 기사로 함께 다뤄줬다면 우리도 ‘아, 이런 기사를 쓰는 도 우리와 같을 수밖에 없구나’ 혹은 ‘다르구나’ 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전우진: 사학 비리 문제를 다룬 사람과 사회 ‘17년 만에 살아난 상지대 괴담, 김문기 재단’의 내용은 다른 사학 비리 문제에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들이 자치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면 학교가 얼마나 정상화하고 민주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박지숙: 상지대 문제는 그 심각성에 비해 언론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지대가 지방대학이고 비교적 주목을 덜 받는 학교니까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이것도 언론의 엘리트주의가 아닌지. 에서라도 상지대와 사학 비리 문제를 이슈화해주면 좋겠다.
김대훈: 823호에서 나의 베스트는 S라인 ‘최홍만을 위한 변명’이다. 최홍만에게 가졌던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의 S라인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이었다.
사회·정리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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