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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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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좀 살게 해주세요, 네?

741~744호 모니터링 회의… 새해 희망을 갖기도 전에 온·오프라인 때려대는 전쟁
등록 2009-01-22 15:34 수정 2020-05-03 04:25

한 살씩 나이를 더 떠안게 된 독편위원들이 1월13일 저녁 한겨레신문사로 모여들었다. 어떤 이는 새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어떤 이는 직장을 떠날까 한다고도 했다. 741~744호 모니터링도 내용이 엇갈렸다. 꽃미남 사진에 열광하고 ‘우아하게 내려가기’에 머리를 맞대다가 가자전쟁과 미네르바 구속을 마주치면 말이 없어졌다. ‘세계를 보는 의 자세’와 ‘인터넷 공간의 자유를 어떡해’, 마지막으로 ‘독편위원이 뽑은 우아하게 내려가기’를 토론 주제로 선정했다.

의 ‘세계를 보는 창’

<한겨레21> 741~744호

<한겨레21> 741~744호

홍경희: 743호 기획연재 암스테르담의 사례가 지금까지 연재된 것 중 가장 의미 있게 느껴진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점과 그것을 관철할 정책적 의지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암스테르담을 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구 72만 명에 자전거가 60만 대라니!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다. 또 암스테르담은 ‘다량의’ 공공주택을 ‘세심하게 배치’한다. 도시계획에 ‘관점’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수택: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다 보니 그런 건가. 앞에서는 누구나 집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뒤에 따라오는 기사에서는 암스테르담의 집값이 유럽에서 네 번째로 비싸다거나 주택보급률이 떨어져 신도시를 건축한다고 말했다. 문제의식이 없는 건가. 또 서울처럼 1천만 명 이상의 사람이 1천만 대의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하자. 자전거 도로가 답인가.

최우리: 기획연재의 첫 번째 기사였던 취리히 편을 보고 기획의도를 모르겠더라. 주거권, 환경, 교육문제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나눠 도시를 비교하든지, 각 도시가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의 도시를 만들었나 보여주든지 해야 하지 않나.

이현정: 다섯 개의 도시가 선정된 이유도 정확히 설명이 안 됐다. 740호 취리히 편은 ‘행복’ 일색인 반면, 744호 도쿄 편은 대도시 개발의 후유증이 함께 실렸다. 도시별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

최고라: 기사에는 암스테르담이 ‘다양성 인정’에 성공했다지만 실제로 내가 갔을 때는 슬럼화된 지구도 많고 민족 문제가 아슬아슬한 느낌이었다. 차라리 ‘이주노동’ 문제를 각 도시가 어떻게 풀었는지 비교해봤으면 어떨까.

진보경: 각 도시의 성공사례를 한국에 접목할 수 있을지 각 분야 전문가가 판단해보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이수택: 국제면은 읽으면서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아프리카, 남미 등의 소식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740호 ‘콜레라 지옥, 참담한 짐바브웨’와 같은 기사는 알려줘서 고마울 뿐이다. 몇 개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좀더 다양한 지역의 소식을 알려달라.

이현정: 가자 전쟁 관련 보도를 잘 보고 있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어떻게 해결해가는지에 더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최고라: 좀더 친절한 세계 기사가 보고 싶다. 많이 알려진 거라고 해도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하마스’가 왜 문제가 되는지 작은 상자기사로 설명해주는 것도 독자에겐 큰 도움이 된다.

최우리: 가자 전쟁과 관련해 인터넷에 쏟아지는 기사보다 이 전후 맥락을 잘 짚어줬다.

최고라: 미등록 아동 문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얘기인데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대안이 필요하다.

홍경희: 743호 레드 기획 ‘국경 없는 음식점, 5천원의 행복’은 국경을 넘는 손쉬운 방법을 알려줬다. 세계 소식을 접하면서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더 알려달라.

17기 독자편집위원회

17기 독자편집위원회

인터넷 공간, 자유는 어디로

진보경: 독편위원으로서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는 글을 군대에서 휴가 나온 오빠가 보더니 “너 이런 거 쓰면 잡아간다”고 하더라.

이수택: 이제는 과격하게 쓰지도 않는데 자기 검열이 된다. 정부가 그걸 노리고 미네르바를 잡지 않았겠나. 인터넷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다.

유재영: 741호 특집 ‘MB 법안이 옥죄는 2009년 가상 현실’은 재밌었지만 ‘MB 법안’을 좀더 정색하고 설명해줬으면 싶었다. 지금까지도 대개 굵직한 법안만 알지 내용을 다 모른다. 내역이라도 풀어 알려야 한다.

이수택: 국회에서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된다, 인터넷에서 욕설하면 안 된다… 모두 당위성 있는 말이다. 그 선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가 문제다.

홍경희: 최진실의 자살로 여론은 사이버 모욕죄에 호의적이었다. 미네르바처럼 아무나 막 잡아가는 현실에서 언론이 이 법안의 허구성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최고라: 저쪽에서는 프레임을 다 짜놓고 공격하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 여기에 말리지 않도록 더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수택: 사실 악플 문제는 교육의 영역이다. 의식의 문제를 봐야 한다.

진보경: 10년 뒤 역사를 재평가할 때 미네르바 구속 같은 사건이 웃음거리가 될 것 같다.

최우리: 우린 경제 문제에 매몰된 세대다. 공안 세대가 아닌 20대·10대에게 MB 정부가 신선한 ‘역사 교육’을 현장 체험하게 하고 있다.

“바쁘다 바빠”라고 말하지 않기

사회: 신년호에서 기자들이 각자 ‘우아하게 내려가기’ 실천 과제들을 내놨다. 독편위원들도 각자 생각하는 ‘우아하게 내려가기’를 하나씩 말해달라.

유재영: 인근 대학교에서 데이트하기. 각종 강연회부터 부대시설 이용까지 재미가 쏠쏠하다.

이수택: 감기 걸리면 보건소 가기. 감기는 500원, 기초건강검진도 5천원이면 된다.

최고라: “바쁘다”고 말하지 않기. 따지고 보면 그렇게 바쁜 것도 아닌데 그 말을 달고 살았다.

진보경: 혼자 있는 시간 즐기기. 혼자 서점 가고 영화관 가고, 내 취향대로 마음껏.

이현정: 도서관에 새 책 신청하기. 나도 보고 다른 사람도 보고 좋지 아니한가.

최우리: 올해는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야생동물 그리기를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위원 일동: 기자들이 각자 써낸 ‘우아하게 내려가기’를 어떻게 실천했는지 언젠가 꼭 AS 해주기 바란다.

사회·정리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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