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기 독자편집위원들의 마지막 모임… 베트남 고엽제 사진 특집 호평·차기 리더 여론조사 흥미진진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독자편집위원들은 지난 10월1일 저녁 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곧바로 표지이야기 점검을 시작했다. 한국방송 개혁·참여연대 등을 다룬 기사도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는 평이다.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한 525호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박진희: 헌법 개정 논의를 지금 왜 다뤘는지 의아했다. 의 이슈 쟁점화 시도들이 적재 적소에 이뤄지는지 의문이 든다. 지금 헌법 운동의 실체도 없고 개헌 의지를 가진 주체도 안 보이는데, 이렇게 얘기하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린: 꼭 운동을 해야만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헌법’은 올해 뜬 이슈가 맞다. 민감하고 주요한 국가적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에 대한 검토도 적절했다.
백승규: 헌법과 ‘헌 법’이라고 얘기하는데, 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나라의 기본법으로 지금 작동하고 있는 법을 헌 것으로 완전히 치부해버렸다. 과하다는 느낌이다.
김혁: 이 이슈 선점을 한 거라 생각한다. 1, 2년 뒤 본격적으로 헌법을 둘러싼 논의가 시작되면 지금 이 풀어낸 이 기사들이 빛을 발할 것이다.
김종옥: ‘헌법을 새법으로!’라는 표지 제목이 참 멋졌는데, 제목의 충격만큼 기사가 풍부하지 않았다. 메인 기사는 “개정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놓고 얘기를 전개했는데, 일부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반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혁: 논쟁거리가 있는 표지이야기가 재미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방송의 개혁이나 참여연대 10년 이야기처럼 사실 전달을 위주로 할 때는 표지이야기 기사량이 많다는 기분이 든다. 차라리 쪼개어서 릴레이식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무늬: 작은 시민단체 이야기까지 다뤄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한국 비정부기구(NGO)의 현주소도 곁들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참여연대를 비판하는 듯하다가도 인터뷰 등 여러 내용이 옹호하는 입장이어서 비판의 날이 서지 않았다. 10년을 맞이한 참여연대의 미래상도 막연해 보였다.
박진희: 한국방송의 개혁을 다룬 표지이야기도 다각도로 잘 살펴줘서 좋았다. 그런데 한국방송의 변화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향후 언론개혁과는 어떻게 연계될지 함께 짚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김종옥: 차기 리더 여론조사가 나온 주에는 주변 사람들이 의 결과를 놓고 참 말들이 많았다. 관심이 몰린 재미있는 화젯거리였다.
정서린: 한나라당·열린우리당 식으로 짚어주는 틀이 심심했다. 차기 리더 1위로 선정된 고건을 다각도로 따로 조명해보거나, 이회창·추미애·정몽준 등 의외의 인물들이 건재하는 이유 등을 분석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사진으로 보여준 베트남전 고엽제 특집에 만장일치로 호평을 보냈다. 그 외 기사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종옥: 베트남전 관련 사진으로 꾸민 특집이 참 좋았다. 이런 코너 하나가 을 보는 이유를 가르쳐주는 거 같다.
김무늬: 그렇다. 눈물이 날 정도였다.
박진희: 한국 고엽제 문제도 심각한데, 베트남과 한국이 연대해서 다뤄보면 어떨까.
백승규: 이 특집에 못지않게 526호에서 다룬 이주노동자 샤밈의 이야기도 참 좋은 발굴 기사였다.
박진희: 524호 ‘고용허가제, 각목으로 시작하나’는 불법 체류 노동자 단속을 사업주들이 현실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점까지 알려줘 인식의 폭을 넓혀줬다.
김종옥: 525호 ‘다시, 동아시아!’에 나온 정태인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기획조정실장의 글이 실망스러웠다. 정부쪽 입장에서 동아시아 전략을 밝히는 글인데, 피상적으로 얘기했다.
김형진: 527호 ‘한류의 방향타를 잡아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렵게 풀어갔지만 결국 방향타를 말해주지 못했다. 한류의 실체나 한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핵심적 접근 없이 어려운 사회과학적 해설만으로 대중적 고민을 풀어가는 건 경계해야 한다.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도 조금 더 자세히 다뤘어야 했다. 북한이 국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건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은 자국이 사회주의 국가라 장애인이 없다라고 표방하고 있기에 그런 거다. 심도 높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짧고 긴 6개월의 활동을 마감하며 독자편집위원들은 을 향해 다양한 주문을 남겼다.
박진희: 노동 관련 기사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서린: 요즘 을 보면 강약이 없다. 각 섹션별 꼭지 제목의 역할만 채우는 듯한 느낌이다. 잡지도 그 자체가 하나의 개체이니 흐름을 가져야 한다. 정치와 사회 분야에 강한 면이 보이는데, 조금 더 잡지의 방향을 분명히 하면 좋겠다. 기존의 성격을 강화하거나, 문화를 보강하거나 선택해야 한다. 정치 기사는 사실 계속 나오다 보면 동어반복 같다. 주간지의 매력은 인물,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쾌도난마식의 본격 인물탐구는 없고 대부분 메인 기사와 관련한 인터뷰 기사들이다. 사람을 알려는 노력도 있으면 좋겠다.
김혁 : 독편위도 백화점식 구성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이·성별·지역 등에서 공정을 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 타깃 그룹을 중심으로 꾸려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다음 기수엔 밤새는 토론도 해보면 어떨까. 항상 시간이 모자라 아쉬웠다.
김종옥 : 한해의 과제를 설정해서 집중하는 중장기 기획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사회폭력’이라는 테마를 가정하고 학교·가정·국가의 폭력을 다뤄가는 거다. 또 기사가 ‘비전’을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아시아와 관련된 기사들은 에서만 볼 수 있는 값진 내용이다. 독특한 개성을 잘 살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백정필: 독자란의 사진클리닉이나 만평 같은 코너들에 눈길이 많이 간다. 독자참여 코너를 넓혔으면 좋겠다.
김무늬: 가족들과 함께 을 보는데, 최근 들어 재미가 반감됐다는 가족들의 평이다. 언니는 “예전엔 앞표지의 제목을 보면 잡지를 얼른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요즘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참 좋다. 하지만 다른 데에서 볼 수 없고, 다른 매체가 조심스러워할 때 만은 말을 하면 좋겠다. 용감한 기사가 보고 싶다. 제3지대와 사각지대에 대한 조명이 점차 줄어든다.
백승규: 실버세대 얘기는 내가 독자편집위원을 하는 동안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파워풀한 계층이 될 수 있으니 쉽고 유익한 정보를 담아 한번 다뤄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