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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캠페인] 재협상, 법적으로 가능하다

등록 2006-06-16 00:00 수정 2020-05-03 04:24

민변·참여연대 공동 토론회에서 확인된 미군기지 재협상 가능성… 협정 조항에 “사정이 달라질 경우” 명시, 다른 지역 이전도 언급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국가 간에 맺은 협정이라도 상황에 따라 재협상을 벌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02년 합의했던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을 미국 쪽 요청에 따라 재협상에 나서 2004년 7월 개정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니 주한미군 재배치를 위해 맺은 협정 역시 필요할 경우 재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 6월7일 국회의원회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연 토론회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주민 투쟁은 가장 중요한 ‘사정 변경’

박순성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송상교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정부는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지만 정확한 논거 없이 그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적 신뢰에 흠이 간다고만 강조하고 있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과 관련한 협정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을 ‘법적으로’ 따져보자.

송 변호사는 이미 맺은 협정에서 재협상 관련 조항이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그는 “협정 체결 당시와 사정이 달라지면 재협상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평택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 가능성도 열어뒀다”며 “(심지어) 조약의 한쪽 당사국이 조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사정변경’에 따른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조항에 대해 정부는 “기지이전이 워낙 방대하고 복잡한 과정이어서 상황 변화 가능성을 상정해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송 변호사는 “이 조항은 법적으로 말해 추가적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협정의 어느 한쪽이나 양쪽이 불리해질 경우, 합의 내용을 바꾸거나 다시 합의할 수 있다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12월 용산기지 이전 협정 비준동의안과 LPP가 국회를 통과한 이래 이를 둘러싼 ‘사정’은 많이 바뀌었다.

미군 군사 재편에 따라 주한미군 추가 감축 논의가 진행 중이니, 이전할 기지의 면적이나 시설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부턴 미 8군 사령부의 하와이 이전이나 해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 2사단은 ‘미래형 사단’으로 바뀌었고, 올 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함에 따라 한반도 방어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협정 발효 이후 미국 쪽이 요청한 기지이전 예정부지의 성토작업은 막대한 비용은 물론 심각한 환경파괴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정변경’은 평택에서 주민들이 끝까지 자기 땅을 지키겠다며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송 변호사는 “적당한 보상과 이주대책이면 해결될 것으로 봤던 협정 체결 당시 예상과 달리 군까지 투입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했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장기화하는 것이야말로 재협상 추진의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의사표시로도 협정 종료

이전 협정에서 “필요할 경우 (평택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규정한 것도 재협상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협정 체결 당시 정부는 이 조항에 대해 “토지수용 차질이나 기술적 이유로 위치를 바꿔야 할 때를 상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더라도 지금의 상황에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다. 토지 수용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이전 예정부지 성토작업을 요청한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평택 이외의 지역 이전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지만, 재협상이 미군기지 이전 과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일방적 의사표시’로도 협정 종료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으니, 정부의 주장처럼 ‘국제적 신뢰’의 문제는 아닌 게다. ‘신뢰’ 문제는 “상호 신뢰를 위해 1년 앞서 서면으로 종료 의사를 통보한다”고 출구를 열어두고 있다.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 재협상은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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