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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캠페인] “매향리는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등록 2006-04-05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주민들 성금 1천만원 모은 매향리 평화마을 추진위 전만규 위원장… 대추초등학교 강제집행 보고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 이자를 보내기로 </font>

▣ 매향리=길윤형 기자/ 한겨레 사회부 charisma@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처음 모금 운동을 시작할 때 기자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평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해 보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결국 돈 더 달라는 것 아니냐”는 냉소와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 사이에서 좌충우돌했다. “ARS로 돈을 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모금의 성격이 문제가 돼 KT의 협조를 받을 수 없었다.

정부가 하는 짓, 어쩜 이리 똑같나

기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모금이 시작되자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모금 첫주, 평화바람의 오두희 활동가는 모금 통장을 꺼내어 보여주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참여해줬다”며 웃었다. 사람들은 1천원에서 1만원까지 작은 정성을 모아줬다.

[%%IMAGE1%%]

모금이 3천만원을 돌파하던 날, 모금자 명단에서 익숙한 사람들의 이름을 발견했다. 미공군의 폭격장 때문에 54년 동안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매향리 주민들이 거금 1천만원을 평택에 보내왔다. 매향리 주민 전만규(52)씨는 “우리 싸움 때 힘을 모아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의 직함은 애초 ‘매향리 미공군 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원장’이었지만, 투쟁을 승리로 이끈 뒤 ‘매향리 평화마을 건립 추진위원장’으로 바뀌었다. 전 위원장은 “‘미군기지 확장저지 팽성대책위원회’가 ‘대추리 평화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로 바뀌는 날까지 평택 주민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모금자 명단에서 매향리 주민들의 이름을 확인했다. 모금은 무슨 의미인가.

=매향리 미공군 폭격장 폐쇄운동을 전개할 때, 평택 주민들은 물론 각계각층 시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들의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 없을까 늘 고민해왔다. 매향리 폭격장은 2005년 8월12일 폐쇄됐다. 매향리는 54년 만에 평화를 이뤘고,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승리해 한 사람당 400만~500만원씩 보상금도 받았다. 작게는 누구보다 미군 기지 문제를 잘 알고 가슴 아파하는 매향리 주민들이 평택 이웃들에게 밥 한 숟가락 얹는다는 의미고, 크게는 내 조국과 민족의 운명이 걸린 평택 싸움에 지지를 보낸다는 뜻이다.

-모금을 결심한 계기가 있을 텐데.

=지난 3월5일 법원이 용역과 경찰들을 이끌고 대추초등학교에 강제 집행을 들어왔을 때 치열하게 국방부를 상대로 싸우는 주민들의 모습을 봤다. 그 화면을 보고 주민들이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1951년 매향리에 폭격장을 만든 미군은 1968년 육지 쪽으로 사격장을 넓혔다. 그때도 미군과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평택에서 하는 것과 같은 똑같은 일을 저지르며 주민들을 몰아냈다. 미군들은 불도저로 주민들의 집을 강제로 허물었고, 경찰은 저항하는 주민들을 끌어냈다. 주민들은 땅에 누워 저항했는데, 미군들은 주민이 누운 땅을 흙째로 파 다른 곳에 던져놓곤 했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미군과 경찰의 폭력을 직접 겪었던 주민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의견을 모았다. 평화마을 건립 기금으로 사용하려고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의 이자를 모아놓은 것이 있는데, 그 돈으로 모금에 참여하기로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평택 주민들의 싸움을 어떻게 보는가.

=평택 대추리와 화성 매향리의 거리는 40km다. 크게 봐 이웃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대추초등학교 앞에 서 있는 전봉준의 동상을 봤다. 우리나라를 노리는 외세를 향해 커다란 죽창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다. 수백 년 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조건에서도 우리 선조들은 외세에 대항해 치열하게 싸웠고 승리하기도 했다. 늘 문제는 위정자들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위정자들이 순박하고 나약한 농민들을 무참히 짓밟는다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묻고 싶다. 진정한 국가안보가 무엇인지 안다면 권력은 자기에게 그 권력을 준 농민들을 짓밟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순박한 농민들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평택 주민들과 양심 세력들은 불의한 법과 맞서 싸워 정의를 세우고 농사짓는 삶을 지켜야 한다. 매향리에서도 1951년 미 공군의 폭격 훈련 이후 민간인 13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으며, 살인적인 소음공해를 못 견디고 32명이 자살했다. 그때 뒷짐 지고 있던 정부가 이번에는 평택에 몰려가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좀더 적극적인 투사가 돼라”

-평택 주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좀더 적극적인 투사가 됐으면 좋겠다. 매향리 주민들은 미군 폭격장의 철망을 뜯고 들어가 사격장 안의 관제탑을 점거하고 레이더를 부수는 적극적인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완전무장한 미군 특공대가 헬기를 타고 날아오자, 주민들이 맨몸으로 헬기 착륙장에 누워 이를 막았다. 꼭 폭력적인 대응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군과 국방부는 싸움이 오래 지속돼 주민들이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지치고 지도부가 와해되면 싸움은 끝이다. 사실 평택 싸움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모든 주민들이 “죽겠다”는 각오로 싸워야 한다. 그래야 이긴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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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돌멩이로 만들어진 사람이야</font>

<font color="darkblue">일만 죽어라 해서 나라 부자 만들어줬더니 지랄들 해</font>

▣ 남언년(71) 평택시 팽성읍 도두2리 89

지금 여기 몇천 명이 농사를 짓는 곳인데 왜 여기를 뺏으려고 하는지, 아주 나쁜 놈들이여. 빼앗으려고 하지, 누가 뺏기려고 하나? 여기, 손으로 지게로 다 직접 개간한 거야. 나는 돌멩이로 만들어진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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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소처럼 일만 할 줄 알아. 그러니까 여기서 먹고살지. 이제 간기가 빠져서 농사 될 만하니까 나가라고 하네. 원래 이 땅이 모래도 돌도 없어서 좋긴 했지만 흙이 미끄러워서 죽죽 빠졌던 곳이여. 일만 죽어라 해서 농협 부자 만들어주고 나라 부자 만들어줬더니 지랄들 해. 지들이 아무리 잘났어도 시골 사람들이 먹고살게 해주니까 사는 거지, 지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개놈의 새끼들. 그런 거 보더라도 이 땅 주지 말아야 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촛불집회 하면서도 속이 아파서 뒤집어질 것 같아. 땅 팔고 나가라고 하는 거 생각만 해도 화가 나. 자식들은 지들대로 엄마를 모셔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지. 자식들은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정부 말대로 하면 나만 고상인데.
홍수가 오려고 해도 여기가 평택인 줄 알고 피해가는 곳이야. 평택이니까 편안하게 살라고. 아무리 가뭄이 와도 물 걱정 안 하는 곳이제. 이 동네는 봐주는 동네야. 농사짓기 이보다 좋은 데 없어. 내가 보은에서 올 때만 해도 모만 심으면 거둬먹는 곳인 줄 알고 왔지. 농사지으려고 하는 사람은 절대 안 나가는 땅이야.
젊을 땐 일하느라 여기 앉아 있을 틈도 없었어. 눈만 뜨면 논에 가서 일해야지, 물지게로 물 길어와 또 가라앉혀서 빨래하고 밥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어. 그렇게 지은 농사고 내 손으로 개간한 땅들이여. 이젠 간기 빠져서 수확량도 많아지고 살 만한디 왜 땅을 뺏어간다고 해서 우리 맘을 불안하게 하는 거여. 사전에 상의를 했어 아니면 동의를 구했어. 의견도 안 물어보고 농사짓는 사람들한테 왜 땅을 뺏어가는 거야. 올해 싸움을 잘 해야지 밀리면 안 돼.

인터뷰 평화바람 활동가 오두희·지선
사진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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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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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4" color="#216B9C">
모내기가 다가옵니다</font>



여러분이 보내주신 모금에 이자가 붙었습니다. 1146원밖에 안 되는 작은 돈이지만, 평택 주민들은 그 속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모여 점점 걷잡을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질 때 “올해도 농사짓자”는 농민들의 꿈은 현실이 됩니다.
[%%IMAGE3%%]

주민들은 이제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조그만 참여로 우리 땅을 짓밟는 미군들의 캐터필러 소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봄이 왔습니다. 이번주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청년 학생들의 농활단이 평택으로 몰려들 예정입니다. 논갈이가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심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한겨레21>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우편번호 45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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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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