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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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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떨어질 때 나오는 그 처방, ‘유연성’이란 대체 무엇인가

세제개편·경찰 대응·조희대 논란이 남긴 세 개의 시험대
등록 2026-08-27 22:35 수정 2026-08-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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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2026년 8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 만찬 간담회에서 김민석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2026년 8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 만찬 간담회에서 김민석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 국면이 집권세력에 당혹스러움을 안기는 것 같다. 그동안 추진하던 일들에 대한 후퇴나 조정이 예고된다는 전망과 분석이 잇따른다.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국정 운영 동력의 상실로 이어지고 선거 패배의 이유가 될 것이기에 후퇴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단지 후퇴냐 아니냐로 끝나는 문제인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여당 국회의원들이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세제개편안에 직접 영향을 받는 주택이 극소수이고 이 중 일부는 오히려 세금 감면 효과가 있을 거란 설명은, ‘문재인 정권이 세금으로 부동산 대응을 한 결과 집값이 올라 세금도 올랐다’는 서사 앞에 무력화된다. 지난 서울 지역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선거 끝나면 세금폭탄’이란 식의 캠페인을 펼쳤는데, 이제 ‘역시 국민의힘이 옳았다’는 주장이 가능해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총선까지 걱정하는 여의도 정치는 이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니 세제개편안에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유연성인가, 철학의 실종인가

 

문제는 유연하다는 게 뭐냐는 것이다. 여당의 요구는 1주택자의 경우 실거주와 비거주에 차등을 두지 말자는 거다. 애초 정부안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실거주 1주택자의 경우 세금을 좀 깎아주고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는 세금을 좀더 물리는 걸 기본 내용으로 한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철학이 반영된 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당 주장대로 하면 1주택자 모두에게 세금 감면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어떤 철학이 반영됐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생각은 실종됐다고 볼 수 있다. 여당이 철학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그 강도를 낮추거나 혹은 속도를 늦추는 유연성을 구현하자고 한다면 얘기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의 주장으로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은 실없는 얘기가 되었다. 이게 보수의 포퓰리즘적 번역을 거치면 ‘애초에 철학이 아니라 세금 걷을 핑계에 불과했다’는 냉소적 현실인식 강화로 이어진다.

최근 지지율 하락에 일조한 또 하나의 요인은 치안 문제이다. 경찰관 한 명이 실종 사건을 자기 임의대로 ‘셀프 종결’해도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엄밀히 말해 최근 경찰의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으로 벌어진 안타까운 일들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쌓여온 제도적 미비와 경찰 조직 고유의 문제가 겹쳐 발생한 것이다.

정치의 세계는 사실관계가 아니라 서사가 좌우한다. 가령 보완수사권은 이 문제와 관계없고 정책적으로도 이미 지나간 쟁점이다. 그러나 최근 사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떠올리는 유권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치안 문제라는 같은 카테고리의 주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이런 허술하고 비양심적인 상태의 경찰에 권한을 몰아주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는가’ ‘앞으로 치안을 위협하는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집권세력의 대응을 보면 딱히 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다소 무기력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노무현의 모범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논란은 집권세력이 앞서 두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결기를 보이는 주제다. 조 대법원장이 ‘던져버리듯’ 손봉기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이후 여당은 현실적으로 상상 가능한 모든 표현을 동원해 조 대법원장을 공격하는 데 정치적 자원을 쏟았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국에 조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펼침막을 걸도록 지시했다.

집권세력의 조 대법원장을 향한 증오(?)는 일견 이해되는 바 있다. 지난 대선 기간의 이례적 재판 진행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이 반드시 그 건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조 대법원장의 의도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결국 상황 논리에 떠밀린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에 대한 청와대와 대법원의 협의는 초기에는 어느 정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협의 과정에서 청와대가 요구하는 김민기 판사 제청을 대법원이 여러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게 되는데, 그 의도는 여러 사람이 지적하는 대로 시간을 끌다가 이흥구 대법관 후임까지 묶어 ‘2명 복수 추천’으로 해결하려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그렇더라도 ‘딜’이 되지 않은 점은 여러모로 고민거리였던 듯하다. 법원행정처가 아예 판을 새로 짜기 위해 이미 추천된 대법관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사실상 사퇴 의사를 물은 일이 드러난 것까지 보면 그렇다.

여당 일각과 언론을 통해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제청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위헌적 행위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와 상황을 더욱 난감하게 만들었을 터이다. 대법원장 입장에선 제청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 위헌 가능성이 커지고, 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제청하면 대법관 후보 임명이 불가능해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 두 선택지 중 그나마 헌법적 근거가 있어 안전한 ‘협의 없는 제청권 행사’를 택한 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조 대법원장의 선택은 근거는 있을지 몰라도 다소 무책임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은 결국 지도자에게 있다. 모범답안은 이미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줬다. 원하지 않는 대법관 후보더라도 대법원장 제청을 수용하되, 이후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천해줄 것을 정치적으로 약속받았다.

그런 점에서 반려와 재제청을 통해 원점에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군을 다시 추천하기로 정치적으로 합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상황에 김민석 대표가 법원행정처의 ‘전화’ 논란을 사실상 김민기 판사를 제청하지 않기 위한 ‘음모’로 규정한 것은 다소 위험하다. 청와대가 타협할 수 있는 공간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벌써 보수언론은 김민기 판사의 대장동 사건 관련 판결 같은 얘기를 덧붙이며 음모론을 유포하고 있다. 결국 또 ‘공소취소’ 문제로 쟁점을 몰아가는 것이다.

 

‘무책임한 세력'이라는 규정에서 빠져나오려면

 

이 문제가 대법원장에 대한 분풀이나 ‘공소취소’를 목적으로 한 음모로 보이면 무책임한 세력이라는 규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집권세력의 대응엔 한계가 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부동산 및 치안 정책,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유권자에게 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정권이 목표로 하는 집권연합은 무책임한 정치세력을 배제하고, 책임지는 통치세력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연합이어야 한다. 제1야당이 무책임한 정치세력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불거진 내부 분열의 결론도 이 결과를 만들기 위한 진통으로 비쳐야 한다. 지금 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가? 아직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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