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세제개편안 이후, 결국 성과로 말해야 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최동혁 인사혁신처장(왼쪽부터)이 2026년 8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안부·법무부·검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로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오매불망 바라왔던 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검찰개혁이 일단 완성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법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국정 책임자로서 의문이 남는 모양이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개정된 형소법을 안 읽어봐서 그런데, 검사는 수사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느냐”고 물으며, 현재 운영 중인 9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합수본에 공소청 검사가 참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견해는 갈렸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니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법 개정은 완료됐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경찰 입장에서는 그간 검사가 보완수사로 해결했던 것을 스스로 보완수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지금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수사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경찰 구성원 스스로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앞으로 이 논의도 성실하게 진행해주길 바란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를 둘러싼 정치다. 집권세력이 강행한 보완수사권 폐지를 국민의힘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 같은 세력 및 인사들은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들은 연일 이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다. 이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미진한 경찰 수사를 검찰의 보완수사로 바로잡은 경험을 가진 범죄 피해자들이다. 가장 적극적인 이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가명)씨인데, 한동훈 의원 등이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여당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제기했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
이 자리에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 당 진종오 의원에게 “돌려차기 한번 하죠”라는 황당한 발언을 한 것은 이 정치인들의 주장과 행보가 순전히 정파적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진정으로 피해자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앞으로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감히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미심장한 것은 김진주씨가 서범수 의원의 사과를 수용하고 보완수사권 관련 논의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한 대목이다. 쉽게 용서될 일이라거나 국민의힘을 특별히 믿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가령 국민의힘 당권파는 서 의원 등을 강하게 비판했고 장동혁 대표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과했는데, 정파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인사가 아니었어도 그랬을지 의문이다. 당권파에 속하는 사람들 역시 여성·장애인을 포함한 약자를 혐오하고 모욕하는 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필요하다면 이를 노골적으로, 대놓고 감행한다. 과거 당 미디어대변인의 김예지 의원에 대한 모욕 사건을 보면 그렇다.
그럼에도 김진주씨가 이 망언 사태를 신속하게 수습하려고 한 이유는 뭘까? 이런 망언 사태로 문제 제기의 본질이 흐려지는 상황을 우려한 결과일 것이다. 추측이지만, 국민의힘 사람들의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에 무슨 큰 기대를 했겠는가? 그런 건 애초 바라지도 않으니 보완수사권 관련 문제를 비판하고 바로잡는 도구 역할이라도 충실히 해달라는 마음 아니겠는가? 피해자 입장에선 그만큼 절실한 문제로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절실함은 개인적 차원이 아닌(범죄 피해를 본 개인으로서는 당연히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 정치 논리 측면에서,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그리 큰 기대는 없으나 반대 역할을 해달라’는 도구로서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다른 사안에서도 반복됨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지방선거 직후 좀 올랐다가 다시 빠진 모양새다. 지금의 장동혁 체제가 변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보수언론 등과 함께 형성하는 담론 자체는 연일 파괴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대표적인 게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반대다.
정부의 보유세 인상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의 경우 양쪽에서 비판받고 있는데, 진보적 관점을 가진 쪽은 보유세 인상의 범위와 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반발만 늘리게 됐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보유세 인상 자체가 부동산 정치의 맥락에서 벌집을 건드린 격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래놓고도 서울 강남권의 초고가 주택에 한정해 세부담을 늘리는 데 그친 것은 오히려 정책적 실기라고 지적한다. 바로 이 점에서 민주당 내에 오히려 조심스럽게 안도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후 선거에서 주요 접전지가 될 한강벨트 지역의 타격(?)이 최소화됐다는 것이다.
어쨌든 보수 진영의 담론적 공세가 강화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사자니 취득세, 팔자니 양도세, 살자니 종부세, 있자니 보유세, 주자니 증여세, 죽자니 상속세, 안 사자니 전월셋값 급등세”(조선일보 보도)로 요약되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당장은 연속된 유치한 표현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여기에 반영된 생각의 핵심은 조세 일반에 대한 적대다. ‘내 노력(?)으로 거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부당하다’는 인식이 근본인 것인데, 이는 우파적 세계관이다. 즉, 부동산 정치에서 세금 논쟁은 좌우 대결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26년 8월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과 선을 긋지 못하거나, 술만 먹고 통치를 등한시한 지도자를 배출한 과거를 반성하지 않거나, 선출된 적도 없는 대통령 부인에게 쩔쩔매는 행태로 일관했다는 내용의, 이전까지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은 국민의힘을 비정상으로, 이들로부터 권력을 회수한 민주당을 정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 구도가 중도 지향의 유권자를 집권세력의 지지층으로 새롭게 편입하도록 한 동력이 돼왔다.
그런데 조세를 둘러싼 대립은 ‘내란이냐 호소용 계엄이냐’보다는 좌우 대립이라는 비교적 정상적인 논쟁 구도로 지탱된다. 즉, 세금에 대한 반발이 조직화되는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국민의힘도 정상으로 보이게 한다. 마치 드디어 징계가 풀려 경기에 출전 가능해진 반칙왕 선수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유권자는 장동혁 대표 체제인 국민의힘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상대팀’을 저지하기 위한 도구로서 역할은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이제 막 갖는 시점에 우리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집권세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상 대 정상의 구도라면 성과로 말할 수 있는 쪽이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이다. 그 점에서 이재명 정부에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 특히 국민의 재산과 안전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은 무난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다시 정상 대 비정상의 구도가 되고 비정상 자리에 보수정치가 아니라 지금 집권세력이 놓이게 된다면, 그다음부터는 대단히 어려워진다. 문재인 정권 때 이걸 이미 경험했다. 이걸 잊으면 안 된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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