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비에스 스튜디오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1차 후보자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문수, 권영국, 이준석,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등 여야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개헌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대통령 권한 축소와 국회의 권한 강화,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연임제) 도입 등이다. 1987년 만들어진 뒤 38년째 한 조항도 고치지 못한 제6공화국 헌법이 개정돼 제7공화국이 열릴 가능성이 생겼다.
이재명 후보는 2025년 5월18일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 아침에 개헌 공약과 일정을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했다. 먼저 이 후보는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대로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넣자고 제안했고, 부마항쟁, 6·10항쟁, 촛불혁명과 빛의혁명의 역사도 헌법에 넣을 수 있게 논의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 후보가 제안한 개헌의 핵심은 역시 권력 구조다. 이 후보는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를 제안했다. 이 두 가지는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하자는 개헌론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내용이다. 4년 연임제는 첫 4년 임기 뒤 대선을 통해 일을 잘한 대통령은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일을 잘못한 대통령은 책임을 묻자는 취지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후보 단일화의 부담 없이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대선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당선되는 후보는 되도록 과반수 등 높은 지지를 받아 업무 수행의 동력으로 삼게 하자는 취지다.
‘연임제’란 표현에 경쟁자인 김문수 후보는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2번까지만 임기를 허용하는 ‘중임제’와 달리 ‘연임제’는 연속 2번 당선한 뒤 한 임기를 쉬면 또 출마할 수 있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런 연임 규정을 악용해 장기 집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방자치법의 3연임 규정에 따라 현재까지 4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선 연속으로 2번까지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 2번을 마치고 다음 선거에는 나올 수 없지만, 그 다다음 선거에는 나올 수 있다. 푸틴은 2번의 임기를 마치고 총리를 지낸 뒤 다시 대통령에 출마해 현재 5번째 대통령을 하고 있다. 한국에선 지방정부의 장들이 이렇게 한다. 3번까지 연속으로 할 수 있고, 한번 쉬면 또 3번까지 더 할 수 있다.
중임은 연임 여부와 관계 없이 2번까지만 임기를 허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중임은 대통령을 한 번 한 뒤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면 2번 당선될 때까지 계속 출마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경우다. 연임은 연속으로 임기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본래 연임이란 말에는 임기 제한의 뜻이 없어서 제한없이 여러 번 당선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호중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연임’이란 표현을 쓴 것은 연속으로 당선되는 경우에만 1회에 한해서 재선을 허용하자는 뜻이다. 대통령의 재선을 더 엄격하게 허용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가 제안한 ‘4년 연임제'는 대통령을 한 번 한 뒤 그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면 더이상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여럿 내놓았다. 먼저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를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청,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중립성을 요구받는 기관장도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게 하자고 했다. 행정부의 회계 검사와 직무 감찰을 맡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자고 말했다. 또 대통령 본인과 직계가족의 부정부패, 범죄와 관련된 법안에 대해서는 재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자고 했다. 윤석열 내란의 빌미가 된 대통령의 비상명령과 계엄 선포는 사전에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긴급해서 국회의 동의 없이 선포한 경우에도 24시간 안에 국회의 사후 승인을 얻지 못하면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밖에 검찰의 영장 청구권 규정 폐지, 안전권·생명권·정보 기본권 등 기본권 강화, 지방자치와 지역분권 강화, 대통령과 총리, 국무위원, 자치단체장이 함께 참여하는 헌법기관(제2국무회의) 신설 등을 제안했다. 개헌의 시기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선거 때로 하자고 했다.

2025년 5월18일 광주시 북구 국립 5.18 민주 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앞줄 왼쪽 세번쩨부터 이재명, 이준석, 권영국 제21대 대통령 후보.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이 후보가 개헌 내용과 시기를 발표하자 김문수 후보도 바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수술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기 위해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자고 했다. 대통령의 권한 축소와 관련해선 대통령이 전원 임명하는 대법관,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다수를 임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모두 법정 기구인 추천위원회에서 임명하고 국회 3분의 2의 동의를 받게 하자고 했다. 또 대통령의 대표적 특권인 불소추 특권을 폐지해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형사재판을 계속 받게 하자고 했다. 김 후보의 제안 가운데 대통령 임기 단축과 불소추 특권 폐지는 모두 이 후보를 직접 겨냥한 내용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국회 개혁도 제안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 폐지, 국민 입법제와 국회의원 소환제 등 직접 민주주의 강화, 국회의 권한 남용 견제 등이다.
앞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5월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일곱 번째 공약으로 개헌을 제시했다. 권 후보는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국무총리 후보를 국회에서 복수로 추천하는 ‘준대통령제’(이원 정부제)와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를 제안했다. 대통령의 내란 소지를 없애기 위해 평시의 계엄 선포권을 폐지하고, 내란의 주동자는 사면을 받을 수 없게 하자고 했다. 탄핵 등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 때 권한대행의 순위도 선출직인 국회의장을 최우선으로 바꾸자고 밝혔다.
권 후보는 시민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헌법 전문에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싣고, 국민발안권과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기본권도 보장하자고 했다. 또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성평등, 지속가능한 기후 대책, 평등 기본권 등을 개헌 의제로 제시했다.
‘7공화국을 여는 사람들’의 대표제안자인 윤석인 희망제작소 이사장은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같은 날 개헌 논의를 시작한 것을 환영한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기를 기대한다. 다만 개헌 의제가 특정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내용이어서는 안 된다. 대선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개헌의 공론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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