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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주거에 진심인 편?

집걱정끝장넷·<한겨레> 공동주최 ‘대선후보캠프 초청 주거정책대담회’이재명·심상정 캠프에 ‘부동산 자산’ 말고 ‘거주하는 집’에 대해 물었다
등록 2022-02-12 11:55 수정 2022-02-13 03:16
집걱정끝장!대선주거권네트워크,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한겨레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캠프 초청 주거정책대담회’가 2월8일 서울 하우징랩 대강당에서 열렸다. 류우종 기자

집걱정끝장!대선주거권네트워크,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한겨레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캠프 초청 주거정책대담회’가 2월8일 서울 하우징랩 대강당에서 열렸다. 류우종 기자

적어도 겉으론 모두 ‘거주’를 말한다. ‘폭등한 집값을 안정시켜 단지 살기 위한 이들의 소유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거나 ‘세입자로 살아도 주거 안정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건, 최소한 20대 대선이라는 공적 공간에 나선 모든 후보가 지향하는 공통 가치다. 다만 진심일까.

‘공공주택 대량 공급과 대출 요건 완화’라는 조합

‘집걱정끝장!대선주거권네트워크’(집걱정끝장넷)와 <한겨레>는 2022년 2월8일 서울 영등포구 하우징랩 대강당에서 ‘대선후보캠프 초청 주거정책대담회: 집 걱정 시민이 묻고 대선 후보가 대답하다’를 열었다.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들을 모아 ‘부동산 자산’이 아닌 ‘거주하는 집’만 두고 2시간30분 동안 묻고 답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김태근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변호사,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방준호 <한겨레21> 기자가 물었다.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권순형 더불어민주당 부동산개혁위원회 총괄 부위원장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캠프에서 김병권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정책본부장이 참석해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는 참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는 이후 집걱정끝장넷의 질의에 서면으로 답할 계획을 밝혔다.

이재명 캠프에는 집값 하향 안정화에 대한 ‘진심’을 먼저 물어야 했다. 이재명 캠프 쪽은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화해야 한다는 점은 이 후보도 계속 이야기한 바 있다”고 대답했다. 그 진심은 어떻게 정책으로 구성됐을까. 이재명 후보는 주요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311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공급으로 집값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폐지된 보금자리주택 등 ‘반값 아파트’ 정책을 사례로 든다. “311만 호 가운데 140만 호는 공공이 공급하는 기본주택이다. (보금자리주택이 시행된 당시) 공공이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기다렸다. 공공이 공급 역할을 안정적으로 지속한다면 사람들은 시장에 가서 굳이 비싼 가격에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의심은 남는다. 이재명 후보는 생애최초주택을 마련하는 이들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90%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대출 확대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빚을 진 탓에 집값 상승을 바라는 시민 계층을 형성한다. 집값 올리는 정책으로 여겨진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의도는 아니라고, 이재명 캠프는 해명했다. “현재 시세의 50% 이하로 공급할 기본주택 공급 효과, 주택시장 하향 안정화 등을 함께 고려하면 (대출을 확대해도) 투기 혹은 투자를 목적으로 집을 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거를 목적으로 자기 집이 필요한 사람 가운데 자본 축적이 돼 있지 않은 청년들, 생애 최초 구매자에게만 대출을 완화하는 것이다.”

‘공기업 땅장사’ 접고 세입자 보호 강화

집값 하락이랄지 세입자 권리 강화에 대한 심상정 후보의 진심은 의심스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어떻게? 실현 가능성, 즉 재원 마련과 시장과의 조화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상정 후보는 ‘공공택지에는 100% 공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절반은 공공임대 주택, 절반은 시세 차익을 공공에 환수하는 형태의 공공분양이다. 이렇게 200만 호를 공급한다. 비용은 많이 들고 당장 들어오는 수익은 적다. 그동안 공공주택 건설 비용은 대부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택 공기업이 알아서 떠맡았다. 강제 수용해서 조성한 땅을 민간 건설사에 팔아 마련했다. 교차보전 방식이다. 심상정 캠프는 ‘공기업 땅장사’로 비판받는 이런 재원 마련은 안 하겠다고 했다. 보유세 증세로 마련한 재정이 이를 대신한다. “현재 일반회계(정부 재정)에서 지원되는 금액이 극히 적으니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공주택 건설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주택도시기금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보유세 정상화를 통해서 얻은 세수를 공공주택 특별회계 등의 형태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조합을 검토해야 한다.”

심상정 후보는 현재 1회인 전월세 계약 갱신 횟수를 제한 없이 연장한다. 신규 계약에도 임대료 5% 상한을 설정하고 표준 임대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강력한 세입자 주거 안정 대책이지만 집주인의 임대 유인이 줄고 민간임대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이보다 훨씬 강도가 약한 임대차 3법조차 전월세 공급 감소로 임대료 상승을 부른다는 우려가 있는 터다. 심상정 캠프는 답한다. “임대차 3법 통과 뒤 전셋값 폭등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건 임대인들이 법을 피해갈 여지가 많았던 것과 함께 근본적으로 집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임차인을 위한 각종 보호제도는 강력한 부동산 가격 안정과 동시에 추진할 때 효력을 발휘한다.”

이날 대담회에서는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구체적인 공약 내용이 처음 확인됐다. 그동안 전문가들에게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임대형 기본주택 80만 호 가운데 70%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그동안 기본주택은 주로 중산층을 겨냥한 주택으로만 여겨졌다. 가뜩이나 적은 저소득층의 임대주택 몫을 더 줄인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그런 우려를 완화한 것이다. 이재명 캠프는 또 “고령층과 장애인 등이 가족의 희생 없이 사회적 돌봄을 받고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주택 10만 호를 공급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겠다”고 했다. 탈시설, 지역 커뮤니티케어나 부양의무자 기준 철폐와 맞닿은 주거 정책이다. “주거 취약계층이 밀집된 주거복지 중점지역을 선정해 그곳부터 공공주택을 늘리겠다”고도 밝혔다. 역시 주거복지단체들이 오래 바라온 일이다. 최은영 소장은 “왜 취약계층 주거 공약을 그동안 부각하지 않은 것인지” 따져 물었으나, 신통한 답은 없었다.

주거 취약계층 위한 구체적 공약 처음 공개돼

이재명, 심상정 후보 모두 보유세 강화를 주장한다. 특히 이재명 캠프는 토지이익배당금제라는 새로운 세제를 꺼내 들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적은 계층에 높은 세율로 부과한다. 이를 더 많은 이들에게 낮은 세율로 부과하는 게 토지이익배당금제다. 종부세는 토지이익배당금제에 흡수된다. 높은 세율보다 어려운 게 넓은 세원이다. 조세 저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둔 세금은 기본소득으로 주어진다. “(부과 대상자의) 90%는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다”는 점이 설득의 무기다. 그동안 종부세로 거둬들인 돈은 지방교부금으로 편성돼 지역균형발전 재원으로 활용했다. 종부세와 함께 균형발전 재원도 사라지는 것인가. 이재명 캠프는 “기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 쓴 부분만큼은 토지이익배당금제에서도 그대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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