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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충청’ 표심이 첫 승부처

이재명의 ‘굳히기’냐 이낙연의 ‘뒤집기’냐 민주당 대선 경선 9월4~5일 충청권에서 첫 결과 나와
등록 2021-08-28 17:21 수정 2021-08-29 11:17
2021년 8월21일 세종시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 부지를 찾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 8월22일 대전 동구 전국직업전문학교 총연합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2021년 8월21일 세종시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 부지를 찾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 8월22일 대전 동구 전국직업전문학교 총연합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전국 순회 경선이 충청권에서 시작된다. 2021년 9월4일 대전·충남, 5일 세종·충북 순회 경선에서 실시되는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투표 결과는 곧바로 공개된다. 이 이틀의 결과는 민주당 경선 전체에 민감한 영향을 줄 것이다. 충청권에서의 승자는 그 뒤로 이어지는 1차 선거인단 투표(9월12일)와 호남 경선(9월25~26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민주당 경선의 첫 격전지에서 누가 승리하느냐는 이후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편승효과)를 낳으며 대세를 가르는 열쇠가 되곤 했다. 2002년 민주당의 국민 참여 경선 때 이인제 후보에게 열세였던 노무현 후보의 대역전극을 낳은 기폭제가 된 것도 첫 주말 광주 경선에서의 승리 드라마였다. 그러한 첫 번째 격돌이 이번에는 충청권에서 벌어진다.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 민주당이 순회 경선을 할 때면 지리적 남단인 제주나 호남에서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충청 지역에서 경선을 시작하는 이유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의식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부친이 충청 지역 출신인 윤석열의 등판으로 ‘충청 대망론’이 회자하는 현실이라, 민주당은 이 지역 표심에 각별히 공들여야 할 상황이다.

충청은 역대 대선 ‘캐스팅보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8월17~20일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전·세종·충청에서의 민주당 지지율은 30.3%로, 국민의힘의 43.6%에 비해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고 있다. 이는 전국 지지율 32.8% 대 37.1%보다 격차가 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민주당으로서는 충청권 판세가 변하지 않으면 2022년 3월 대선이 어려울 수 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불렸던 충청권이기에 민주당은 야당을 앞설 만한 경선 흥행을 먼저 거두려는 것이다.

사실 충청권은 중도 성향이 강해 여야 진영에도 그렇지만, 민주당 내 대선 주자들에게도 승부를 예단하거나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이런 충청권에서 현재까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8월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전·세종·충청에서 이재명은 24.0%, 이낙연은 10.2%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밖에서 이재명 우세로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8월17~19일 실시한 대선 주자 인물 호감도 조사를 봐도 충청권에서 이재명의 호감도가 37%, 이낙연이 19%로 나타나 역시 이재명이 2배 가까이 높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번 민주당 경선에는 국민과 일반당원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세 차례의 ‘슈퍼위크’가 9월12일, 10월3일, 10월10일 일정으로 있다. 특히 약 70만 명이 참여하는 1차 슈퍼위크가 될 9월12일의 강원도 경선까지 가면 초반 판세가 드러나면서 승부의 윤곽이 대략 보일 것이다. 이때까지 이재명의 우위 판세에 변화가 없을 경우 관심은 결선투표로 향할 터이다. 이후 중도 포기 후보의 발생 여부 및 후보 간 합종연횡 변수가 있기에 현재로서는 결선투표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당연히 이재명으로서는 결선투표까지 가서 반(反)이재명 연대라는 리스크를 만나는 일이 없도록, 초반에 대세를 장악해 과반수 득표로 경선을 조기에 끝내려 할 것이다.

추격자의 딜레마

반면 이재명을 추격하는 이낙연 캠프는 중도-보수 성향이 강한 충청권에서 이재명의 급진성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것에 기대를 걸며 판세 역전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 있었던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먹방’ 논란 등 ‘지사 리스크’에 따라 이 지역의 중도 표심이 변화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강성 ‘친문’ 당원들에 대해 “시끄럽고 지저분하다”고 했는지를 둘러싸고 이낙연 캠프가 공세에 나선 것도 친문층의 반이재명 정서를 확산시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이재명을 겨냥한 네거티브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이낙연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이낙연의 딜레마다. 대선 주자로서 이낙연이 한때 높은 지지율을 누렸던 것은 전직 총리로서의 안정감, 포용력, 섬세함 같은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두 자리가 무너진 뒤 추격하기 위해 강한 네거티브를 해왔지만, 오히려 이낙연이 가진 장점과 상충하는 이미지를 낳아 그 자신을 덫에 갇히게 했다. 추격하자니 네거티브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자니 이낙연 고유의 긍정적 이미지가 사라지는 딜레마인 셈이다.

이재명 지사의 ‘지사 찬스’에 대한 경쟁 주자들의 공격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다른 주자들은 이 지사의 여배우 스캔들, 형수 욕설 논란 같은 민감한 사안까지 꺼내들며 도덕성 문제를 추궁했다.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로 이어지는 ‘기본 시리즈’에 대해서도 야당 이상의 강도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이 지사의 지지율은 크게 하락하지 않는 견조함을 보여줬다.

이제 남은 기간 이낙연 등 경쟁 주자들은 ‘지사 찬스’를 ‘지사 리스크’로 만드는 마지막 공세를 펼칠 것이 예상된다. 다만 이런 신상 공격으로 새삼스럽게 경선 판세가 쉽게 급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재명의 아킬레스건은 ‘본선 경쟁력’에 있다. 지지층은 이재명의 신속하고 강한 추진력에 환호하지만, 그 스타일이 견제받지 않는 급진적 통치로 흐를 것을 우려하는 층이 반대편에 있다.

‘비대면’ 경선 환경도 영향 미칠까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경선이 비대면 환경에서 치러지는 것은 판세의 가변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경선은 현장 분위기, 특히 후보 연설에 대한 반향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현장에서 연설과 지지자 결속으로 표를 얻는 전략이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것이 민주당의 경선이곤 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 현장에서의 가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며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지사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일반 여론조사 추이와 상관없이 ‘친문’ 권리당원과 대의원들에게 있을 이재명에 대한 비토(거부) 정서가 될 텐데, 충청권에서 첫 뚜껑을 열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 문제이다. 이낙연이 마지막 기대를 놓지 않고 있는, 현실적으로도 중요한 변수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니 여전히 뜨거운 경선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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