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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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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논란과 여당의 대차대조표

조국-윤미향-추미애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대응하는 ‘삼단논법’
등록 2020-09-19 09:47 수정 2020-09-19 10:24
2020년 9월14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안경을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년 9월14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안경을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년 9월의 주인공은 단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하지만 추 장관과 그의 아들을 둘러싼 공방과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추미애 개인이 아니라 여권 전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과 방식을 짚어보는 것, 그걸 통해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보려 한다. 어쨌든 추 장관 이슈는 최소한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슈가 이슈를 덮는 것이 한국 정치의 특징이지만 추 장관 이슈의 힘은 상당히 세고 인화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는 현재 두 가지 해석이 엇갈린다. “불법이냐 합법이냐 이전에 공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심각하고, 애초에 문제 자체보다 다뤄지는 과정에서 훨씬 더 커졌다”는 것과 “단순한 사안이다. 문제 될 것도 없는 것이 정쟁을 통해 확대됐다”는 것.

여권 내 ‘문제없다’는 공감대

대립하는 의견이지만 교집합이 있다. 추미애라는 인물의 캐릭터가 폭발력을 높였다는 점이다.

7월27일, 21대 국회 개원 이후 첫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추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고 받아치지 않았다면? 야당 의원들 반발 이후 법사위원장의 우회적 유감 표명 요구를 수용했더라면? 주목도가 이처럼 높아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의견은 오히려 여당에서 많이 나온다.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인 유인태 전 의원, 조응천 의원이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여권 인사 다수가 비공개 석상에선 같은 의견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아니’라는 추 장관의 인식에 대해선 여권 내 공감대가 상당하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 세 가지 맥락이다. 첫째 실제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 둘째 ‘저들’의 문제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것, 셋째는 검찰개혁을 저지하고 현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기획이라는 것.

바로 여기서부터 전선은 확대된다. 추미애의 문제가 아니라 여권 전체의 문제가 되고 사실관계에 관한 이견이 아니라 정치적 전선이 된다. 게다가 조국 전 장관 논란, 윤미향 의원 논란, 추 장관 논란이 겹친다.

‘조 전 장관 일가에서 벌어진 일은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초엘리트 계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아들도 논문 문제가 있다. 조국 전 장관 임명을 막고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윤석열 검찰의 전면 공격이었다.’

‘일부 실무적 회계 문제와 부주의가 있었지만 시민단체에선 흔한 일이다. 대북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보수단체나 과거 정부와 호흡을 맞춘 단체들은 더 심각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부정하는 친일 적폐 세력의 기획이다.’

‘꼬리 자르기’ 대신 진영 간 총력전

이런 삼단논법 틀은 추 장관 논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가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 그럼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민주당 정청래 의원) “이번 기회에 (국민의힘) 자당의 국회의원 전원과 이명박 정권 이후 고위공직자 자녀에 대한 입시 및 병역 특혜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안하고 앞장서 이행하기를 권한다.”(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세력이 의도하는 목적과 취지가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단순한 검찰개혁의 저지인지, 아니면 작년처럼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둘로 쪼개고 분열시켜 대혼란을 조장하기 위함인지 우리 국민은 끝까지 추궁할 것이다.”(민주당 황희 의원)

아무도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이런 주장에는 얼마간의 진실도 섞여 있을 것이다. 힘이 세다. 그래서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지지층 결집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런 흐름은 문제 해결의 전통적 전략과는 상당히 다르다. 정부나 정당, 대기업 등 큰 조직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파장을 축소하고 조속히 정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꼬리 자르기’가 전형적 방책이다. 비판받기 일쑤지만 조직 전체를 보호하고 나름의 책임을 지기 위한 해법이다. 반면 현 여권은 개인 문제를 전체 문제로 확장해 진영 대 진영의 총력전을 펼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추 장관 문제도 그렇게 되고 있다. 일종의 ‘총노선’ 전략인 셈이다. ‘문제를 인정하면 밀린다.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리고 이니셔티브를 상실한다’는 인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효과도 적지 않았다. 악재가 발생할수록 지지층의 충성도는 오히려 더 높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특히 문제의 당사자 입장에선 너무나 좋다. 개인 문제가 아니라 전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차대조표가 한쪽만 존재할 순 없다. 방어-역공을 통한 정파성 강화는 무엇보다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

지지층 결집하지만 저변은 좁아지는 현상

‘정면돌파’가 반복되면 지지층의 선명성은 강해지지만 저변은 좁아진다. 더불어 비지지층의 저변이 확대되고 역-역결집 현상이 나타난다. 20대 남성층의 여당 지지율이 급락한 데 이어 국민의힘 지지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현상이 그렇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검찰개혁은 공감대가 매우 높은 의제였다. 내심은 어떻든 야당이나 보수 진영도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국-윤미향-추미애 논란을 거치면서 여권 핵심 지지층을 제외한 사람들(야당 지지층과 범주가 다르다)에게는 정파적 슬로건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냉소적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문화 콘텐츠)으로 소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 더, 총노선을 통한 정면돌파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이중권력 프레임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보수정당의 아침 회의 의제와 방향은 <조선일보>가 정해준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지금 여당에선 특정 라디오 방송과 유튜브가 그 자리를 차지한 느낌이다. 정파성과 영향력을 겸비한 미디어의 힘이 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추미애 장관 논란 이후 여권은 ‘무엇이 우리의 목표인가’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밀리지 않는 것’은 가치도, 지향도, 전략적 목표도 될 수 없다. 서울시장 재보선, 차기 당대표 경선, 대선 후보 경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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