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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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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적 협정 책임, MB에게 묻는다”

한-UAE 비밀 군사협정 폭로 앞장선 김종대 정의당 의원

“지난해 11월 MB 중동 방문이 진실의 열쇠”
등록 2018-01-23 16:02 수정 2020-05-03 04:28

진실이 국익에 덮여 숨죽이고 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맺은 비밀 군사협정은 이명박 정부의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개입 사건에 이어 군이 벌인 또 하나의 국기문란 사건이 될 것인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비밀스러운 UAE 방문이 공개됐던 지난해 12월로 시점을 돌려보자. 보수 진영은 호재를 만난 듯 문재인 정부에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보수세력은 이를 ‘대북 비밀 접촉’이라 했다가, 곧바로 전임 이명박 정부의 비리를 확인하려는 방문이라고 말을 바꿨다가, 다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UAE의 불만을 수습하려는 행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를 깎아내리려는 ‘아무말 대잔치’가 벌어지던 2017년 12월31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토요판의 고정 칼럼 ‘김종대의 군사’<font color="#C21A1A">(‘임종석 UAE 방문, MB 정부 무기 비밀거래 뒷수습?’)</font>에서 이번 사태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젖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아크부대는 유사시 인계철선” </font></font>

그는 칼럼에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한국과 UAE 사이 비밀 군사협정의 존재를 폭로했다. 그 뒤 김 의원의 연이은 활약으로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UAE에 유사사태(준전시)가 발생할 경우 한국군의 자동개입 조항이 담긴 비밀협정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김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이 전 대통령의 바레인 등 중동 방문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 행적이 어느 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직접 이 전 대통령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UAE에 주둔 중인) 아크부대는 UAE에 유사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이 될 것이다. 아크부대만 문제가 아니다. 현지에 대령급을 팀장으로 하는 지원팀이 파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UAE의 연합 군사지휘 체계를 위한 현지 조직으로 국회 동의도 받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과거 UAE와 체결한 ‘위헌적 협정’이 현지에 파견된 비밀조직에 이행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현재 이 조직의 활동은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김 의원을 1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UAE와의 비밀 군사협정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한국이 UAE와 맺은 협정은 상호방위협정이다. 이는 신사협정도 아니고, 구속력이 약한 선언문도 아니다. 후속 양해각서와 패키지로 연결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 시스템이다. 원전 수주라는 과장된 국가 이익을 앞세워 뒤로는 몰래 군사동맹을 체결한 것이다.

군사동맹 시스템이라니.

양국 간 상호방위협정은 크게 네 가지 뼈대로 이뤄졌다. 우선, 한-UAE 연합군사기구를 만든다. 이는 현재 한-미 연합사와 유사한 형태의 연합 군사지휘 체계다. 둘째, 공동작전계획 작성이다. 유사시에 한국과 UAE가 공동작전을 펼 수 있는 작전계획이다. 한-미 동맹의 작전계획(작계)과 같다. 셋째, UAE에 유사사태가 일어나면 우리 증원군을 미리 편성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2009년 이미 시작됐다. 특전사령부 내에 국외파병 전담부서가 창설돼 있다. 이게 유사시 증원군으로 기능할 것이다. 이는 ‘봐라, 당신들에게 전쟁이 나면 저 부대가 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실제 그렇게 기능할 것이다. 넷째, 현지 주둔군 아크부대다. 아크부대는 UAE 군의 현대화를 위한 교육·훈련 부대다. 평소 UAE 군의 전술 훈련, 대테러 작전 훈련 등을 맡는다. 유사시에는 인계철선이 될 것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국회 동의 없이 협정 지원팀 파견”</font></font>아크부대는 유사시 한국 교민을 철수시키기 위한 작전부대 아닌가.

위장된 명분이다. 파병할 때부터 명분에 불과했다. 교육·훈련이 주목적인데 그 기능은 과거 냉전시대 한국에 있었던 미 고문단이라고 보면 된다. 특전사부대(아크부대)만으로 안 되니, UAE 현지에 대령급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군 협력단 조직이 설치돼 있다.

협력단을 좀더 설명해달라.

아크부대의 ‘플러스알파’ 같은 조직으로 파악된다. 다만 확실한 편제라기보다 국방부 태스크포스의 현지 조직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협력단은 앞서 말한 네 가지를 다 처리해왔다고 알려졌다. 이 팀을 지원하는 국내부서가 국방부 국제협력 태스크포스였다. 여기 책임자가 연제욱 대령(이후 사이버사령관)이었다.

협력단의 활동은 국회 동의 절차를 밟은 바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존재 자체가 불법 아닌가.

문재인 정부에서 (뒤늦게) 확인됐다. 배경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지난해 활동을 중단시켰던 것 같다. 국군의 파병은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명칭을 어떻게 부르든 간에 엄정하게 (법률에 준해) 관리해야 한다.

협력단을 포함해 UAE에서 활동 중인 아크부대는 국회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할 것 같다.

안전보장 사항이니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동맹 사항은 매우 중요하다. UAE의 최초 요구 사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자는 것이었다. 이걸 이명박 정부가 (조약보다 단계가 낮은) 협정 수준으로 바꿨다. 국방부는 당시 중동 정세를 고려할 때 별일이 없을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런데 2015년 예멘과 카타르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다. 이란이 UAE 인근 섬을 위협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UAE는 현재 영토 위협에 직면해 있다.

김태영 장관은 이 협정을 국방부 장관 혼자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이해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해 모두 깜빡 속았다. 국가 간 협정을 체결할 때 당사자는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외교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나서니 ‘아, 그런가보다’ 하며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문제를 간과했다. 불법적 요소가 너무 많다. 그래서 당시 가장 반대가 심했던 부처가 법제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불법을 보고도) 묵인한 꼴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인지하고 시정에 나선 게 UAE를 둘러싼 최근 소동인가.

지난해 6월 UAE와의 군사협정이 청와대에 보고된 뒤 청와대가 UAE와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 당시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쪽 적폐가 너무 심각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감을 잡기 어려웠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MB 중동 방문으로 시작된 진실게임 </font></font>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1월 초 UAE를 방문한다.

송 장관이 (비밀 군사협정 내용이) 국내법에 위반된다는 설명을 하며, 다만 UAE와의 우호관계 유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UAE 쪽에서도 협조적이었다고 들었다. 11월 중순(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 등 중동을 방문했다. UAE와의 관계에 적신호가 켜진 게 그 직후다. UAE가 SK, GS 등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지 기업에서 난리가 났다. 조 단위의 손실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결국 임 실장이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동 방문이 UAE와 관련됐다는 건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인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이 당시 누굴 만났고, 무슨 일을 했는지는 더 파악해야 한다. 다만 UAE를 사이에 두고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 쪽의 치열한 게임이 지난해 11월 이후 시작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UAE를 찾아갔다. 이게 사태의 본질이다. 진실을 막으려는 세력과 파헤치려는 세력 사이에 전임과 후임 정부로 나뉘어 긴박하고 치열한 싸움이 전개됐다.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오늘도 거북이걸음이지만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font color="#008ABD">글 </font>하어영 기자haha@hani.co.kr
<font color="#008ABD">사진 </font>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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