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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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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여당 전사로 돌아온 김성태

탄핵 주역에서 대여 투쟁 선봉장으로 변신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지방선거 뒤엔 자신의 ‘중도보수’ 색 드러낼 수도
등록 2017-12-20 02:08 수정 2020-05-03 04:28
12월12일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성태 의원이 홍준표 대표와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대여 투쟁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12월12일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성태 의원이 홍준표 대표와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대여 투쟁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역사의 죄인으로서 역사 속에서 완전히 소멸되어야 할 것임을 천명한다. …오늘로서 우리는 새누리당을 해체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 뒤)

“이제 우리는 야당이다. 싸우는 길에 너와 나가 있을 수 없다. 대여 투쟁력을 강화해서 문재인 정부의 폭정과 전횡, 포퓰리즘을 막아내는 전사가 되겠다.”(2017년 12월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출 뒤)

<font size="4"><font color="#008ABD">역사의 죄인으로 소멸해야 한다더니?</font></font>

김성태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의 발언이 1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된 뒤 누구보다 강하게 당시 정부와 여당(현 자유한국당)을 질책했다. 이후 그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5월 대선 직전 자기 입으로 ‘역사의 죄인’이자 ‘소멸돼야 할’ 세력이라 했던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며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의 ‘소멸’까지 언급했던 김성태 의원이 12월12일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된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70년 넘게 생존한 보수 세력의 생존 법칙이 무엇인지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 기민하게 움직이는 보수당의 특징은 이번 선거 때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대로 가면 참패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선출을 두고 한국당 내부에선 ‘핵심 친박’을 적극적으로 쳐내진 못해도 이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게 해선 안 된다는 거부감, 홍준표 대표와 공조할 수 있는 ‘친홍’ 원내대표가 뽑혀야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총 108표 가운데 절반을 살짝 넘는 55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당선됐다. ‘친박’인 홍문종 의원은 3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자유한국당에서 김 원내내표에게 힘을 몰아주기로 한 또 다른 이유는, 지난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거대 제1야당으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 기간에 “싸움박질도 해본 놈이 잘하는 법” “야당 대표가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고발당하는 한이 있어도 대여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대여 투쟁력’을 강조해왔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그에 따라 당분간 자유한국당에선 김 원내대표의 공세적 ‘대여 투쟁 전략’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선 다음날인 12월13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은 자리에서 “자유한국당을 ‘패싱’하는 밀실거래를 (국민의당과) 하면 앞으로 여야 관계는 끝장”이라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은 같은 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추진한 5·18 민주화운동특별법안과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 특별법 의결을 무산시켰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법안인 만큼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견해지만, 이번 결정에는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일단 지방선거까진 ‘투쟁’!</font></font>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 입법으로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나 국정원법 개정 등 핵심 현안에서 자유한국당이 강경하게 반대할 것임을 예고한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뒤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설치 등과 관련해 “아무리 좋은 법안이라도 밀실에서 거래한 산물이라는 것은 국민적 지지와 신뢰 확보가 어렵다. 제1야당을 패싱하면서 밀어낸 나쁜 거래다. 이런 나쁜 거래는 대의민주주의 정치 현장에서 두 번 다시 존재해서는 안 된다. 공수처법과 선거제도 개편안은 자신들이 결자해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원내내표가 당장은 대여 투쟁력을 강화해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겠지만, 지방선거 뒤 변화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초 김 원내대표는 보수 색채가 짙은 정치인이 아니다. 건설 노동자 출신인 그는 27살이던 198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년 동안 일했다. 이후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1998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시 시의원에 당선됐다. 2002년에는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맡으며 노·사·정 협의의 노동계 대표로 ‘주 5일 근무’를 관철한 경력도 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한국노총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후보의 정책 연대를 주도했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초선 시절에는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 ‘민본21’에서 활동한 적도 있다. 이후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 지역인 강서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편향적 태도를 보여야 보수층 결집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대 상황을 잘못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로는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올 확률이 높다. 이후에 김 원내대표가 스탠스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김 원내대표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본인의 애초 성향과 맞지 않는 방식으로 ‘대여 투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홍준표 대표의 지지를 얻고 당선된 만큼 당분간 ‘수구보수’의 모습으로 당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그런 모순은 당선 소감에도 잘 드러난다. 그는 “이제 자유한국당은 이 땅의 소외 취약계층인 서민·노동자를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더 이상 서민·노동자들에게 포퓰리즘으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복잡한 것은 당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김 원내대표는 ‘친홍’ 후보로 당선됐지만 홍 대표보다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과의 관계가 더 끈끈하다. 앞으로 김무성 의원을 포함한 복당파들이 김 원내대표를 발판으로 당내 장악력을 확장해나가리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12월4일엔 이를 견제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이성권 당무감사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김무성 당원에게 ‘어떠한 계파, 계보 활동도 일절 불허한다’는 복당 조건을 분명히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홍준표 리더십’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의 입지를 확대해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떠안게 됐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자유한국당 구할 흑기사일까?</font></font>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선 뒤 “더 이상 자유한국당은 금수저 정당, 기득권 정당, 엘리트주의 정당이 아니다.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 시름하는 그들을 위해서 함께 존재하는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고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는 정당이 되기 위해 뼈를 깎는 혁신과 자성, 반성을 기반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역사 속에서 완전히 소멸되어야 할 것”이라던 자유한국당을 되살려놓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과제가 그의 앞에 도사리고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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