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방선거 공천 방침이 발표된 직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재미있는 것은 2012년 당시 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가 발표했던 ‘지방선거 무공천 공약’을 폐기한 것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는 점이다. 진작부터 공약 폐기를 선언한 새누리당이 이를 비판하는 것은 결국 자기 발등을 자신이 내리찍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다운될 시간”대신 새누리당의 반응은 정확히 두 개의 포인트로 나뉘어졌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적인 방어다.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에서는 모든 최고위원이 ‘박 대통령 감싸기’에 나섰다. “대통령의 사과는 더더욱 적절치 않은 요구”(황우여 대표), “위기 탈출을 위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것”(최경환 원내대표),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잔꾀”(정우택 최고위원)…. 혹여나 이번 사태가 공약 폐기 이후 침묵으로 일관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번질까 적극 엄호에 나선 모양새다.
두 번째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개인에 대한 비난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며 “안 대표가 만든 V3는 바이러스라도 잡았지만, 정작 본인은 말 바꾸기로 약속 위반 바이러스를 계속 만들어냈으니 이제 그만 다운될 시간”이라고 원색적인 막말을 하기도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이참에 안 대표가 무능하다, 정치 지도자 자격이 없다는 것을 각인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작 자신들이 내걸었던 공약 폐기의 명분이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는 점에는 애써 침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애초 지방선거 공천을 해야 하는 주요 이유로 “정당이 공천을 하지 않으면 여성·청년·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들이 정치권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자신들이 ‘책임을 지고’ 이들을 공천하겠다는 것이다. 이 점은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방침이 ‘새정치’라고 볼 수 없다”는 그들의 주장에 강력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별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 가운데 여성·청년·장애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공천위)는 지난 3월 일부 지역구를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하려 했으나 일부 지도부와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실패했다. 공천위는 1차로 서울의 강남·서초·용산·금천·광진 5곳을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했으나 당내 반발로 서초·용산·종로로 일부 지역이 바뀐 채 의결되는 이례적인 일을 겪기도 했다. 1차 선정 지역은 서울 3곳과 경기도 과천 등 7곳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은 “여성우선추천제도가 구색 맞추기로 전락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공천위가 2차로 선정한 여성 우선공천지역 6곳은 갈등을 겪다가 아예 선정 자체가 무산됐고, 공천위는 더 이상 여성 우선공천지역을 선정하지 않겠다는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공천위 부위원장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여성의 정치 참여라는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그 토양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정당이 공천을 해야 정치적 소수자가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어긴 쪽이 즐기면서 반사이익”지키지도 못할 명분을 내세워 공약을 먼저 폐기한 세력이 마지막까지 공약을 지키려고 노력한 세력에게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모순. 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모든 발단은 새누리당이 무공천 약속을 어긴 데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제는 먼저 공약을 어긴 쪽은 즐기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지키려던 쪽은 곤혹스럽게 됐다. 왜 이런 지적은 아무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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