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것은 ‘의도’다. 두 개의 ‘의도’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해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의도, 그리고 검찰이 초본과 수정본에 대해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 의도다.
검찰 보도자료에 나타난 노무현의 의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가 지난 11월15일 발표한 최종 수사 결과는 “대화록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의도적으로 삭제·파쇄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로 요약된다. 초본이 청와대 이지원시스템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된 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정본이 만들어졌으나, ‘(수정본을) 국정원에서 일급비밀로 보관하고, 이지원시스템에 있는 회의록(초본) 파일은 없애고, 회의록(수정본)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에 따라 삭제·파쇄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후 수정본 파일이 ‘메모 보고’에 첨부돼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의도’는 역설적으로 검찰 보도자료에 드러나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수정·보완하라고 지시한 문건의 전문을 공개했다. “앞으로 해당 분야를 다룰 책임자들은 대화 내용과 분위기를 잘 아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중략) 누가 책임지고 한 자, 한 자 정확하게 다듬고, 녹취록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각주를 달아서 정확성,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하여 이지원에 올려두시기 바랍니다.” 참여정부 인사들도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고 한 것은 문건 형태의 수정본이며, 수정본이 미이관된 것은 실무적 착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삭제·폐기 의도’에 대해서는 “보안상 이유가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답만 내놓았다. ‘고의로 했는데 의도는 모르겠다’는 식이다.
수정본은 초본(98쪽)보다 5쪽 많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저의 견해’라고 말한 부분이 ‘나의 견해’로, 노 전 대통령이 ‘위원장님하고 저하고’라고 말한 대목은 ‘위원장하고 나하고’로 수정됐다. 1년 넘는 대화록 사태의 빌미가 된 ‘노무현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과 관련해 수정된 부분은 이렇다. 초본: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 수정본: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 검찰은 “국정원이 실제 녹음 내용에 따라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대로 고쳤다는 얘기다.
봉하이지원 탑재본에 대한 의문
검찰이 ‘유출된 대화록’이라고 표현한 봉하이지원 탑재본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된다. 조명균 전 비서관이 수정본 파일을 첨부한 ‘메모 보고’를 이지원에 등재했으나, 노 전 대통령은 이 메모 보고를 열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이지원에 수정본이 탑재된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주장대로 노 전 대통령이 수정본을 의도적으로 빼돌렸다면 국가기록원에 봉하이지원을 반환할 때 수정본을 삭제하는 게 상식적인데, 통째로 반환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2일 검찰 중간수사 발표 때 초본과 수정본에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던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어떤 의미 있는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정치검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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