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댓글을 다는 등 지난해 대선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는 검찰의 방침에 제동을 건 사실이 확인되면서부터다. 지난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법무부 장관이 과잉 충성을 하는 것 같다”며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옷을 벗을 사안인데 어떻게 되느냐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출범과 무관할 수 없는 문제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 직원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이 적용되면 사안의 무게감 자체가 달라진다. 전임 정부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지지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건 대선 관리의 공정성, 정권 출범의 정당성과 무관할 수 없는 문제다. ‘원세훈 게이트’에 대한 청와대의 오랜 침묵이 이어지는 이유다. 검찰은 기사 마감시간인 6월7일 현재까지도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했다.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사건의 공소시효 등을 감안하면 주말인 6월9일 자정까지는 기소의 내용 및 구속영장 청구여부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6월7일 “원세훈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그리고 구속여부를 놓고 장관 한 사람과 전체 검사가 완전히 다른 결론을 놓고 싸우고 있다”며 “황장관이 수사 지휘를 한다면 앞으로 국정원·검찰 개혁, 경찰 개혁은 그 자리에서 끝나고, 현 정권에는 ‘국정원 댓글 정권’이라는 꼬리표가 5년 내내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침묵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국민은 궁금해하고 있다. 법무장관의 입장은 대통령 입장의 연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청와대는 한시라도 빨리 국정원 사건과 황교안 장관의 수사 개입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압박하기도 했다.동시에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 의혹도 속속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황보건설 황보연 대표(구속)가 원 전 원장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순금과 명품 가방 등 수천만원대의 선물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수년간 골프 접대도 받았다. 그 대가는 다디달았다. 2008년까지는 매출액 63억원, 도급 순위 490억원대의 소형 건설사였던 이 회사는 2009년 207억원, 2010년 395억원, 2011년 388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현대건설·금호산업·두산중공업·대우건설 등의 대기업들로부터 무더기 수주를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각 기업에 압력을 가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순금과 명품 가방으로 얻은 열매
이 밖에 홈플러스가 인천 무의도 연수원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황씨를 통해 원 전 원장에게 청탁한 정황도 포착됐다. 황씨의 부탁을 받은 원 전 원장은 “국유림 및 자연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 산림청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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