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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복지 첫 작품 국민연금 공든 탑 와르르

등록 2013-03-03 14:59 수정 2020-05-03 04:27

‘박근혜식 복지’의 첫 작품이 나왔다. 국민행복연금 도입이다. 기존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확대한 뒤 국민연금과 연계해 ‘1인 1연금 시대’를 열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보편적 기초연금에서 대폭 후퇴한데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는 역차별 소지까지 있어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가운데)이 2월21일 박근혜 정부의 국정 비전과 국정 목표, 세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당초 공약에서 대폭 축소된 수정안으로 최종 확정됐다. 인수위원회 사진기자단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가운데)이 2월21일 박근혜 정부의 국정 비전과 국정 목표, 세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당초 공약에서 대폭 축소된 수정안으로 최종 확정됐다. 인수위원회 사진기자단

저소득층이 더 적은 기초연금 받게 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월21일 새 정부의 5대 국정목표와 14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민행복연금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7월부터 만 65살 이상 노인은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4개 집단으로 나뉜 뒤 매달 4만~20만원씩 받게 된다. 가장 혜택을 많이 보는 집단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 하위 70% 노인(317만 명)들이다. 이들은 현재 받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최대 9만7100원)의 두 배 남짓 되는 20만원씩을 매달 지급받는다. “만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주겠다”는 당초 약속의 수혜를 받는 유일한 집단이다. 다음으로 국민연금을 받는 소득 하위 70% 노인(101만 명)들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14만~20만원을 차등 지급받는다. 현재는 기준보다 소득이 높아 기초노령연금 대상에서 제외된 상위 30% 노인 중 국민연금 가입자(79만 명)는 4만~10만원, 미가입자(101만 명)는 4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이름만 그럴싸한 국민행복연금은 박 대통령 공약의 반쪽짜리에도 못 미치는 제도다. 당초 기초연금은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정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연금’으로 구상됐다. 그러나 인수위가 꾸려진 뒤 여러 핑계가 나오더니 연금을 소득,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선별적 연금’으로 쪼그라들었다.

무엇보다 정부안의 맹점은 공적연금의 취지에 맞지 않게 비교적 생활이 안정적인 노인이 더 많은 기초연금을 수급하게 됐다는 데 있다. 기초연금 연금액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비례하도록 설계된 탓이다. 국민연금을 오래 낸 가입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했거나 여유 있는 자영업자였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이미 국민연금도 많이 받고 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 방식대로라면 저소득층이 더 적은 기초연금을 받게 돼 노인 간 노후생활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소득 역진적인 구조다”라고 말했다.

정작 국민의 노후 종잣돈인 국민연금은 국민행복연금 도입으로 훼손될 처지에 놓였다. 인수위는 기초연금의 재원에 대해 “국고와 지방비로 부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국민연금기금을 헐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목표’다. 박근혜 정부 임기 5년간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재원은 40조원에 이르지만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은 없기 때문이다. 운영 시스템이 통합된 만큼 “재정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에 대한 잦은 제도 손질로 가입자들의 불신이 확대되며 공적연금의 존립 기반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40%에 이르는 자영업자나 주부 등 임의가입자는 국민연금을 회피하게 되고, 의무 대상자도 연금저축 같은 민간연금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

왜 사회보험과 공적부조를 통합?

박근혜 정부 들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국민연금 폐지운동을 주장하는 한국납세자연맹 누리집에서는 지난 2월5~21일 7만 명의 가입자가 서명을 하기도 했다. 국민행복연금이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서명에 동참한 한 국민연금 가입자(허아무개씨)는 이렇게 비판했다. “왜 사회보험적 성격인 국민연금과 공적부조 성격의 기초연금을 통합?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마세요. 열불나 미치겠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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