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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감사 결과 발표, 여태 뭘 하다가 지금

등록 2013-01-22 17:27 수정 2020-05-03 04:27

‘타이밍’이 절묘하다. 왜 하필 이 시점에 발표했을까. 1월17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접한 뒤 나온 전반적 반응이 그랬다. 발표 시점과 수위를 둘러싼 정치적 뒷거래는 정녕 없었던 것일까.

지난 1월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입주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와 후속 조처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지난 1월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입주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와 후속 조처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진영 “감사원 지적 세심히 살펴야”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한 때는 1월17일 저녁 6시30분이었다. 공무원들이 대부분 퇴근하고 없는 시간이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일주일 넘게 손에 쥐고 있다가 공무원들이 모두 퇴근한 이후 늑장 발표했다. 파장 축소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꼬집었다. 사업 초기에 제대로 감사를 했으면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책이었다.

감사원은 이번에 발표된 내용이 지난해 5~9월 보 등 주요 시설물과 수질 관리의 적정성을 조사한 2차 감사 결과라고 밝혔다. 발표 시기를 결정하는 데 정부 눈치 보기는 없었다는 것인데, 지난해 9월에 끝낸 감사 결과를 해를 넘겨 지금 발표하는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 실제 감사원은 2011년 1차 감사 결과 발표 당시 사업 타당성이나 환경·문화재 파괴 등과 관련해 숱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별다른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면죄부를 줬다. 게다가 1차 감사를 2010년 6월에 끝내고도 발표는 6개월 넘게 미루다가 2011년 1월 말에야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감사 결과 발표를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감사원이 사전에 교감했으리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4대강 사업을 털고 가려는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고 인수위가 가동되는 지금 시기에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의 지적 사항에 대해선 세심히 살펴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인수위 차원의 후속 조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말 대선 후보 3차 TV 토론회에서 “대운하는 반대를 했는데 4대강이 치수 위주로 간다고 해서 지켜보기로 했다. 앞으로 홍수 등을 지나면서 결과를 보고 보완할 점이나 잘못한 점이 있다면 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단체, 독립 조사기구 구성해야

박 당선인의 비서실 정무팀장인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객관적인 전문가, 관계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조사해 국민의 불신과 불안, 의혹을 해소해드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수위 내부에선 1월21일부터 시작되는 담당 분과별 현장 방문에서 4대강 사업 현장을 찾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쪽에선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위해 국회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환경단체 쪽에선 국회 조사위보다 독립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에서 지적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15개 보 바닥 보호공 유실·침하 △수문 설계에 유속·수압에 의한 충격 미반영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대신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적용해 수질 평가 왜곡 △필요 이상의 과도한 준설 △둔치 관리 계획 미흡 등 5가지다. 그동안 언론과 환경단체가 꾸준히 지적해온 내용이다. 그러니 “지금껏 뭘 하다가”라는 비판을 들어도 감사원으로선 할 말이 없게 됐다. 자업자득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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