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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식 의원실 넘어선 배후도 있나

이석현 민주당 의원,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출신 이영수 KMDC 회장을 선관위 디도스 공격 배후로 지목…최구식 의원이 “혼자 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주장 나오지만, 한나라당은 진상규명 수수방관
등록 2011-12-28 14:01 수정 2020-05-03 04:26

한나라당 의원 비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사이버테러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조차 “서울시장 선거를 이길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공을 세울 수는 없을 터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명심에서 비롯된 범행”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사이버테러는 여권의 ‘윗선’에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기려고 벌인 일이며, 구속된 공아무개(최구식 의원 비서)씨 등은 ‘손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조차도, 최 의원 정도가 아니라 여권 고위 인사들이 연루된 ‘큰 그림’이 이 존재하리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형국이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오른쪽)이 12월22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권재진 법무장관을 상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사이버테러 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사이버테러 사건의 배후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이영수 KMDC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강창광 기자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오른쪽)이 12월22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권재진 법무장관을 상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사이버테러 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사이버테러 사건의 배후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이영수 KMDC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강창광 기자

“청와대 박 행정관이 실무 지시”

민주통합당(민주당)에선 이영수 KMDC 회장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출신인 이 회장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으로, 버마(미얀마) 유전광구 개발권을 따낸 것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12월22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사이버테러 전날인 10월25일 서울 광화문 1차 저녁 자리에 참석한) 청와대 박아무개 행정관이 누군가의 사주로 중요한 실무를 지시하고, 그 뒷돈을 이 회장이 댄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일하기 전 홍준표 전 대표의 비서로 2년가량 일한 적이 있는데, 그를 홍 전 대표에게 추천한 것이 이 회장이다. 이 의원은 또 “(10월25일 밤 1·2차 자리에 참석한) 의원 비서실 출신들은 ‘선후회’라는 모임의 멤버들로 이 회장과 가깝고, 박 행정관은 선후회 좌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에 “(뒷돈을 제공했다는 이 의원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면책권 밖으로 나와서 얘기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박했다.

한편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최(구식) 의원이 (김정권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통화하면서 ‘나 혼자 당하지는 않겠다. 내가 다치면 가만두지 않겠다. 난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당에서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홍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만약 최 의원이 김 전 사무총장에게 이런 말을 한 게 사실이라면 최 의원은 최소한 김 전 사무총장도 이 일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셈이다. 곧 백 의원은 사이버테러 사건에 홍준표 전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이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권 의원은 12월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사이버테러 사건에) 당 지도부가 관련 있는 의혹처럼 비쳐져 내가 오해를 받는다. (전화 통화는) 12월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의원을 홍보본부장직에서 사퇴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요구해, 그 자리에서 전화했다. 최 의원은 ‘나는 전혀 관련 없다. 억울하고, 비서 말도 믿는다’고 했다. 그래도 비서가 의혹을 받으니 본부장직을 사퇴하라고 한 것이 팩트”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백 의원은 “김 의원에게 누를 끼쳐 유감”이라면서도 “어제 발언의 취지는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해도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수 있으니, 한나라당이 먼저 자체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누가 사이버테러 계획을 지시 또는 승인했고, 이를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는지, 사건을 전후해 관련자들 사이에 오간 1억원의 진짜 출처가 어디인지, 언제쯤 진실이 규명될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짐작이 가거나 의심스러운 상황이 있어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야당처럼 ‘○○○이 몸통’이라고 의혹을 제기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사과조차 하지 않는 박근혜 비대위원장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도입하기로 민주당과 지난 12월20일 합의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당 차원에서 먼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관계되는 사람이 있으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뒤집어보면, 당 차원의 진상 규명 요구를 묵살한 셈이다. 또한 홍준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과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온라인 여론에 대응하겠다며 ‘알바’까지 동원해 트위터 팔로어를 늘리고 리트윗 수량을 늘리는 게 한나라당의 수준이니, 서울시장 보궐선거 막바지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라며 “국정조사에서든 특검에서든 진실은 밝혀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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