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사건이 점점 권력형 비리로 비화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를 벌이기로 5월30일 합의했지만, 벌써부터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통에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몸통 없는 책임 공방
이번 사태를 ‘권력형 측근 비리 게이트’로 못박은 민주당은 연일 정권 실세들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석현 의원은 6월2일 국회에서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측근인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서울 청담동 한식집에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구속)과 만났다. 삼화저축은행은 다음달인 2월18일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에 성공적으로 인수돼 살아났다”고 주장했다. 신삼길 명예회장이 한나라당 ㄱ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검찰 진술까지 나오면서 민주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튿날엔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박지원 의원이 CBS 라디오 에서 “부산저축은행과 여권 유력 정치인 간 연결고리인 브로커 박태규씨가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으로부터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호텔 옆 커피숍에서 6억원을 받았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와 관련해서는 이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구속됐고,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정선태 법제처장도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상황이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권재진 민정수석 등도 저축은행 구명 로비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근거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깃털은 무성한데 아직까지 몸통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눈은 이미 청와대를 향하고 있지만, 이 정권은 이를 막아보려고 야당을 상대로 저질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2008년 11월 저축은행 부실을 확인하고도 구조조정을 미뤄 지금의 사태를 불렀다고 강조하며 “한나라당 일부가 발의한 특검 법안이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는 꼼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인사들도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있다며 역공을 폈다. 민주당은 ‘짜맞추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검찰에서 신삼길 명예회장이 민주당 쪽의 ㅇ 전 의원에게도 돈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도부까지 나서 총공세에 나선 데 비해, 한나라당은 ‘구주류’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만 ‘각개전투’를 벌인다는 게 차이다.
짜맞추기식 의혹 제기도가장 맹렬한 이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다. 그는 6월1일 “김황식 총리가 호남 출신이니까 박지원 전 대표를 포함해서 민주당 쪽에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다음날엔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투자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2007년에만 3차례에 걸쳐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그때마다 지금 구속된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 등 간부들이 같이 있었다. 김 원내대표가 (캄보디아에) 갔다 오면 뭔가 큰 프로젝트들이 움직였다. 모든 정황을 볼 때 김양 부회장과 김 원내대표가 모종의 사업을 협력하에 진행한 게 아닌가 한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즉각 “캄보디아 방문에는 한나라당 의원도 동행했고, 신 의원이 말한 방문 날짜도 틀렸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당내에 저축은행 관련 ‘비리제보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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