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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격전지 수도권·충청권·영남권…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등록 2010-05-28 16:07 수정 2020-05-03 04:26
5월20일 6·2 지방선거를 향한 공식 선거운동이 막을 올렸다.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 선거와 달리 천안함 ‘북풍’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따른 ‘노풍’ 등 대형 이슈가 많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과 과거 정부 심판론도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야권연대의 효과가 어디까지 미칠지도 여전히 변수다. 선거 막판까지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충청권, 부산·경남 등이 아직까지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격전지로 꼽힌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편집자
6·2 지방선거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수도권(서울·경기·인천)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2 지방선거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수도권(서울·경기·인천)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막판까지 단일화 변수서울- 더 공격적인 오세훈, 반MB 정서로 역전 노리는 한명숙
경기·인천- 단일화 뒤 팽팽한 대결 유시민·송영길

현직 시장인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맞붙는 서울에서는 공격과 수비가 역전되는 묘한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구도로 볼 때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한 후보가 공격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오세훈 후보가 수비를 맡는 쪽이 자연스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5월19일 <sbs>이었다. 두 후보는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와 오세훈 시장의 시정 평가, 서울시 복지 예산의 규모를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한 후보는 ‘사람 중심 도시’를 말씀하시는데, 총리 재직 시절이 과연 ‘사람 중심 나라’였는가. 부동산값이 폭등했고, 빈곤층과 가계 부채가 늘었다.”(오세훈 후보)
“참여정부가 100%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채를 이야기하는데 당시 부채가 87조원이었던 반면,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 109조원의 빚을 졌다. 좀 잘 알고 말씀을 하라.”(한명숙 후보)
“그건 경제위기 때문이 아닌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놨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식이다. 한 후보는 교육과 복지가 중심이 된 ‘사람 예산’ 10조원을 쓰겠다고 하는데, 서울시 예산 구조가 머리 속에 없는 것 같다.”(오세훈 후보)
“한강 르네상스와 같은 겉치레 사업을 줄여 교육·복지 예산에 넣겠다는 것이다.”(한명숙 후보)
한 후보가 한강 르네상스 등에 비판 공세를 펼치기도 했지만. 오 후보가 오히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와 4년간의 서울시정 경험을 바탕으로 역공을 펼쳤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오 후보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서울 광진·종로·서대문·은평 등 강북 지역이었다. 특히 대학로와 신촌 등 20~30대 젊은 층이 많은 곳을 집중 공략했다. ‘적진’으로 거침없이 뛰어든 것이다.
서울에서 기초단체장 선거를 뛰고 있는 민주당 출신 후보는 “지금까지의 선거전을 보면 한명숙 후보 쪽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며 “이럴 때일수록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처럼 공세적 토론과 유세가 필요한데, 한 후보에게는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5월16일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차이는 16%포인트였다. 한나라당 지지층이 천안한 침몰 사고로 단단히 결집한 반면,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는 아직 모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원 상지대 학술연구교수는 “미디어에 비친 오세훈 후보를 보면 보수 후보인데도 젊음과 패기를 강조하는 반면, 한 후보는 지나치게 평온하게 선거를 치르는 느낌”이라며 “한 후보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이 현 정권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분명 존재하는데, 한 후보는 이런 여론을 충분히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이유는 천안함 북풍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의 관심이 워낙 천안함 침몰에 쏠려있다보니 선거 자체가 달아오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한 후보 쪽은 밑바닥에 반MB 정서가 짙게 가라앉아 있는 만큼 남은 기간 충분히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형주 한명숙 후보 쪽 홍보본부장은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됐는데도 언론 지면의 80~90%가 천안함 관련 뉴스로 도배되고 있다”며 “천안함 북풍으로 지방선거 열기를 잠재우려는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와 유권자와의 스킨십 강화를 통해 현 국면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달리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의 팽팽한 양강 대결이 전개되고 있다. 5월13일 김진표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직후 유 후보의 지지율이 부동의 1위였던 김문수 후보의 아성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5월15일 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8.3%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특히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막판 단일화에 응할 경우를 가정한 가상 대결에선 김 후보가 46.2%, 유 후보가 41.9%를 기록했다. 김진표 후보와의 단일화 이전에는 15~20%포인트 차이였다.
수도권의 야권 후보 가운데 가장 선전하고 있는 인물은 인천의 송영길 민주당 후보다. 인천은 3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한데다 야권이 매끄럽게 단일화에 성공해 기대감을 높이는 지역이다. 조사에서 송 후보는 39.5%를 기록해 안 후보(40.2%)와의 차이를 5.7%포인트로 좁혔다.
수도권 선거의 막판 변수는 역시 천안함 여론이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천안함 침몰 사고가 안정 희구 심리가 강한 한나라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민주당 등 야권이 천안함 ‘북풍’을 상쇄할 만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6·2 지방선거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충청권(대전·충남·충북)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2 지방선거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충청권(대전·충남·충북)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충청권(대전·충남·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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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으로 작지만 큰 변화
충북-한나라당, 대전-자유선진당, 충남-민주당 앞서


충청권의 지방선거 판세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우선 영호남과 달리 특정 정당 소속 후보가 독주하지 않는다. 충청권 맹주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이 대전과 충남 석권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5월 말의 판세가 선거 당일까지 유지된다면 충북(한나라당)과 대전(자유선진당), 충남(민주당)은 각각 다른 정당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는 충청권 최대의 정책 현안인 세종시 여론이 곧바로 표심에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요구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낫다고 대답하는 유권자는 수정안 찬성 쪽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다.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영향력이 떨어진 요인으로는 심대평 전 대표의 자유선진당 탈당이 꼽힌다. 2009년 8월 이회창 총재의 독선적 당 운영을 비판하며 탈당한 심 전 대표는 최근 국민중심연합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했다. 안성호 충북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심대평 전 대표의 이탈로 ‘선진당이 충청권을 대표하는 유일한 정당’이라는 인식이 다소 희석됐다”며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득표율이 5% 안팎이라고 볼 때 심 대표의 선진당 탈당은 작은 변화인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한 변화였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충청권의 ‘방어적 지역주의’가 표면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적 의제인 동시에 충청권의 이해가 직결된 세종시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다 보니 일정 부분 정책선거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유일하게 강세를 보이는 지역은 충북이다. 정우택 한나라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이시종 민주당 후보에 앞서 있다. 세종시 논란에서 다소 비껴 있는데다 현 도지사인 정우택 후보의 현역 프리미엄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선거 초반 10% 이상까지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가 5월15일 , 16일 방송 3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2%포인트까지 줄었다.
대전에서는 전 시장인 염홍철 자유선진당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박성효 한나라당 후보와 김원웅 민주당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염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15일 조사에서는 염 후보(33.7%)와 박 후보(31.9%)가 불과 1.8%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 야 4당 단일후보인 김원웅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며 양강 후보를 뒤쫓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세종시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충남에서는 안희정 민주당 후보의 상승세가 눈길을 끈다. 5월 초까지만 해도 10%대 후반의 지지율에 그치던 안 후보는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월15일 조사와 16일 방송 3사 조사에서 줄곧 1위를 기록했던 박상돈 선진당 후보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신인인데다 세종시 역풍까지 겹쳐 고전하는 박해춘 한나라당 후보는 10%대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는 ‘준비된 충남도지사’와 ‘이미지 변신’ 전략이 꼽힌다. 세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공천을 확정한 쪽이 민주당이었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박상돈 후보와 각축을 벌이던 이태복 후보의 탈당으로 심한 후유증을 앓았다. 인물론 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쪽이 안희정 후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쟁 후보들과 달리 안희정 후보는 공천 확정 이후 도내 16개 시·군을 네 바퀴나 돌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준비를 많이 해왔다”며 “TV토론에서도 ‘젊은 투사 안희정’보다 예의 바르면서도 강직한 충남 선비의 인상을 심는 데 주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상돈 후보 쪽에서는 안 후보의 상승세를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다는 태도다. 박 후보 쪽 관계자는 “수도권의 야권 단일화가 안 후보의 상승세에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반면 우리 쪽은 공천 경쟁이 워낙 심해 5월 중순까지 공천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지만, 선진당 지지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론조사에 소극적인 편이라 결과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2 지방선거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부산·경남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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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경남
골수 지역색 vs 골수 친노
부산- 야5당 단일화 이뤄진 유일 지역
경남- 김두관 후보는 이달곤 후보와 박빙


“친노 정치인은 많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한 시간과 걸어온 길을 따지면 그 가운데서도 ‘골수 친노’는 김정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다.” 김정길 후보 쪽 노혜경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의 말이다.
1985년 12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김 후보는 통일민주당 의원 시절인 1990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김영삼 총재의 3당 합당을 거부하며 ‘꼬마 민주당’을 창당했다.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의 첫 40대 원내총무를 맡으며 영남 개혁세력의 선두주자로 성장하던 젊은 정치인의 인생은 그때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정치적 고향이 엄연히 부산이었지만 부산 영도와 사하 총선에서 번번이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지난 2004년 총선 때도 영도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2540표 차이로 아깝게 졌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말 그대로 ‘4전5기’다.
이번 지방선거도 쉽지는 않다. 3선을 노리는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50%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다만 흐름은 김정길 후보의 상승세다. 선거 초반 20%대이던 지지율이 야권 후보 단일화와 맞물려 30%대로 올라섰다. 5월16일 방송 3사 조사에서는 허 후보(50.9%)와의 차이를 19.5%포인트까지 좁혔다. 김 후보의 지지율은 31.4%였다.
김민석 최고위원과 경합을 벌인 민주당 경선도 지지율 상승을 가져왔지만, 그보다 더 큰 호재는 야권 단일화였다. 진보신당까지 참여한 명실상부한 야 5당 단일화가 이뤄진 지역은 부산이 유일하다.
김 후보 쪽은 “20%대에서 30%대로 오르는 과정에서 민주당 경선 효과와 야권 단일화 효과가 함께 작용했다”며 “TV토론에서 펼쳐진 정책 공방에서도 우위를 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남식 후보 쪽에서는 야권 단일화 바람이 분 것이 사실이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동열 허남식 후보 대변인은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며 잠잠했던 선거 판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허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한 50%대를 유지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보다 더 크게 요동치는 지역은 경남이다. 역시 친노의 핵심인 무소속 김두관 후보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5월15일 조사에서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에 3.2%포인트 뒤졌지만 다음날 방송 3사 조사에서 4.4%포인트 차이로 뒤집었다. 15일 조사에서도 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김해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역 내 추모 정서가 워낙 강한데다 김두관 후보가 노 전 대통령처럼 ‘지역주의’의 벽에 수차례 도전해왔다는 사실이 비로소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서울대 교수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이달곤 후보는 낮은 인지도가 한계로 꼽힌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남해)군수 출신 김두관 후보와 학자 출신 이달곤 후보라면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한 군수 출신 후보가 ‘시골 선거’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며 “선거라는 게 결국 인물 싸움인데 생소한 인물을 내려보낸 당이 경남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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