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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정직’한 신문, 중앙일보

등록 2008-03-07 00:00 수정 2020-05-03 04:25

‘거짓말하는 능력’ 칼럼과 청와대로 가는 기자들, 이명박 정부와의 ‘끈끈한 정’을 숨기지 못하네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2월14일 사이버 공간에서는 1면에 실린 사진이 오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5년 전 스위스의 폭설과 기습 한파를 찍은 사진을 현재의 중국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지금은 오보가 아닌 ‘오버’가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성토를 받고 있다. 2월27일치 34면 ‘분수대’ 코너에 실린 ‘거짓말하는 능력’이란 칼럼이 발단이다. 칼럼을 쓴 이는 조현욱 논설위원이었다.

오보에 이은 ‘오버’

조현욱 논설위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너무 ‘정직’해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듯하다. ‘유방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남편이 오피스텔을 선물로 사주고, ‘자연을 사랑해서’ 절대농지를 구입했다는 해명이 그렇다”고 적었다. 그는 “거짓말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공익을 위한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면서 “청혼을 거절하면서 ‘당신이 일류대 출신이 아니라서’라고 밝히면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줄 뿐”이라는 논리를 폈다. 칼럼의 결론은 “공직자는 정직해야 하지만 때론 거짓말을 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정직이 불필요한 상처를 국민에게 주는 경우에는”이었다.

누리꾼 ‘프리맨’은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장인 ‘아고라’에 이 칼럼을 패러디해서 “의 MB 정권 옹호 기사가 도를 넘어 비난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기자는 정직해야 하지만 때론 거짓말을 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정직이 불필요한 상처를 국민에게 주는 경우에는”라는 글을 올렸다.

의 미디어 담당 채은하 기자는 “이 칼럼의 핵심은 ‘불필요한 상처를 국민에게 주는 경우’라는 표현에 담겨 있다”며 “‘불필요하다’는 표현은 결국 이런 사실을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칼럼은 김두우 수석논설위원의 청와대행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도 적잖은 말을 낳고 있다. 김두우 논설위원의 ‘전력’ 때문이다. 김 논설위원은 2월28일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정무2비서관에 임명됐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야당과 시민단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김두우 비서관은 지난 2004년 2월, 논설위원으로 일하다 한나라당의 공천 제의를 받고 사표를 제출했다가 이틀 만에 회사에 사표 수리를 보류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는 자체 상벌심의위원회를 열어 편집인 산하 행정팀 소속으로 ‘무기한 대기발령’을 냈다. ‘중징계’라는 자평과 함께. 김 비서관은 2006년 6월에 다시 의 기명 칼럼니스트로 복귀했다.

청와대는 지난 2월22일에도 신혜경 경제부 선임 전문위원(부국장급 전문기자)을 국토해양 비서관에 임명했다.

동·중·조 시대 오나

는 2월29일치 ‘새 정부 출범 더 이상 발목 잡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성직자를 공직에 보내는 게 아니다. 도덕·경력·재산에 하자가 있어도 장관직 수행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능력을 믿고 일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의 한 현역 의원은 “참여정부에서는 ‘조·중·동’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동·중·조’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와 가 급격하게 균형 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항의가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 당사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에 연락을 취했으나, 조현욱 논설위원과 사설·칼럼을 책임지는 논설위원실장이 휴가를 갔다는 답변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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