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경선 파행으로 흐르며 문국현 지지율 8% 넘어… 10월14일 창당발기인대회가 고비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파행으로 흐르면서 유일하게 빛을 보고 있는 범여권 대선 후보가 있다. 장외에 남아 있는 문국현 후보다. 4%대에서 정체돼 있던 문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0월2일 주간 전화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는 전주에 비해 4.0%포인트가 오른 8.1%를 기록했다. 13.7%를 기록한 정동영 신당 대선 예비후보에 이어 범여권 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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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보이는 신당 관계자들 늘어
문 후보 캠프의 김헌태 정무특보는 “8%대라는 수치에 큰 무게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신당 경선을 지켜보며 문국현 후보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인식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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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문 후보가 신당 본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버틸 때까지만 해도 ‘뻣뻣하다’ ‘독선적이다’ ‘정치를 모른다’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경선이 워낙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그래도 희망이 남아 있다면 문국현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문 후보에 대해 호감을 보이는 쪽은 중립지대 의원들만이 아니다. 경선을 한창 치르고 있는 이해찬 후보 쪽 일부 관계자들과 손학규 후보 캠프에서도 이미 문 후보를 대안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해찬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4일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것은 아니지만 정동영 후보가 지금처럼 경선을 계속 치러나간다면 정 후보가 이기더라도 그를 지지하지 않고 문국현 후보 쪽으로 가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의원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본경선 직전 이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고 사퇴한 한명숙 전 총리 쪽도 캠프로 활용하던 여의도 대하빌딩 사무실을 문 후보에게 물려주겠다고 제안하며 ‘친근함’을 나타냈다. 현재 문 후보는 캠프로 사용할 만한 규모의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여의도 성우빌딩과 세실빌딩에 캠프 조직을 분산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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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 캠프는 외부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실무급 직원들을 계속 늘려왔다. 애초 20명 선에서 출발했던 상근자들이 추석 직전에 이미 50명 수준까지 늘었다. 문 후보 쪽은 결국 사무실로 쓸 공간이 부족해 세실빌딩의 한 층을 더 임대해서 쓰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직·간접적으로 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이들도 있다. 문 후보를 돕고 있는 정치권 인사는 “지방을 다녀보면 지금은 신당의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더라도 경선이 끝나면 우리를 지지하겠다며 관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10월4일 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신당의 모 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있던 팀장급 실무자가 직접 면담을 요청해오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정동영 예비후보 쪽에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정 예비후보 쪽의 정청래 의원은 “손학규·이해찬 후보 진영에서 정동영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곧 내무반에 총질을 해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는 유력 후보 흠집내기를 통해 후보 결정 이후 ’후단협’ 활동에 돌입하려는 수순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특히 일부 친노 세력을 중심으로 문국현 띄우기가 진행되는 것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 정치인 결합 딜레마
문 후보 쪽에서는 관심이 증폭되는 분위기를 10월14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거쳐 11월4일로 예정된 창당 공식 선언일까지 유의미한 지지율로 변환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14일 열릴 예정인 창당발기인대회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문국현 신당의 성격이 공식적으로는 처음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쪽에서는 이날 전·현직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재계 인사와 시민사회, 여성계 명망가를 중심으로 1천 명 정도가 문국현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현직 의원들도 3~4명 수준에서 합류를 선언할 예정이다.
문국현 신당의 정강정책도 큰 틀에서는 이미 논의가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문국현 후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7대 주요 공약을 발표했다. 500만 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절반 감축, 중소기업 시대 개막, 환동해경제협력벨트 구축, 공교육 강화를 통한 사교육비 부담 해소 등이다. 대부분 대선 출마 선언식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공개한 내용들이다.
문 후보 캠프의 고원 공보팀장은 “후보의 17대 공약을 중심으로 당의 정강정책을 마련하겠지만 남은 동안 좀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총론으로 본다면 사회적 합의 속에서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적 진보정당이 목표”라고 밝혔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파행으로 인해 문국현 후보가 지지율 상승 효과를 얻고 있긴 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스스로의 동력으로 치고 올라간 것이 아니라 신당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빠지면서 반대급부를 누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당 경선이 제 궤도를 찾으면 문 후보의 지지율도 본래 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실 정치인들의 결합 문제도 여전히 문 후보의 딜레마이다. 지지율이 일정 수준에 오른 만큼 현실 정치인들의 결합을 통한 외연 확대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문국현 후보 쪽에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다.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여할 3~4명 의원들의 실명 공개 문제도 여전히 조심스러워한다. 미래지향적 비전과 가치관을 강조하면서 기존 정치 세력을 탐내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경선 구도에 결정적 변화가 찾아오기 전까지 명확한 태도를 밝히기 꺼리는 의원들의 생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창당 일정 가변적일 수도”
따라서 문국현 신당과 현실 정치인들의 결합은 여전히 신당의 경선 구도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한명숙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문 후보 쪽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최근 함께 일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아직 이쪽 경선이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일단 정중히 거절했다”고 전했다.
문 후보 쪽에서도 우호적인 대통합민주신당 인사들이 쉽게 결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사실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김헌태 정무특보는 “기본적으로는 원칙과 노선에 맞는 정치 세력에 문을 열어놓고 정해진 창당 일정을 향해 나아간다는 생각이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아무래도 문국현 신당 창당 일정도 가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두 달째를 맞는 문국현 후보가 대선 구도의 유의미한 상수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10월14일 창당발기인대회가 하나의 고빗사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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