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3월8일 심상정 의원에 이어 노회찬 의원 경선 출마 선언…권영길 의원은 4월 공식화, 새판짜고 스타 탄생하는 계기될까</font>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대통령의 ‘개헌 흥정’에 동의 못해.”(심상정 의원)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 포기+대선 후보 개헌 공약’ 제안을 환영한다.”(노회찬 의원)
“한-미 FTA, 국민적 반대와 대통령 퇴진만이 남을 뿐이다.”(권영길 의원)
3월8일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관련 특별 담화를 발표하자, 심상정·노회찬 두 의원은 개별 의원의 이름으로 재빠르게 논평을 내놨다. 권영길 의원도 이날 서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열리자 논평을 냈다. 이 3인의 논평은 민주노동당 중앙당 차원의 논평이나 브리핑과 별도로 기자들에게 뿌려졌다.
‘가난한 사람’과 ‘광범위 진보대연합’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 비해 한참 늦은 감은 들지만, 민주노동당도 이제 ‘대선 체제’로 가는 모양새다. 꽤 오래전부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대선 예비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돌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그 시각차를 떠나, 후보들이 마치 당을 대표해 발언하는 것으로 비치고 바깥의 눈과 귀도 온통 후보들에게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에서도 대선 예비후보 3인방인 ‘권·노·심’의 이름은 더욱 자주 거론될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3월8일 서울 문래동 당사에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선 예비후보로 권·노·심이 나올 거라는 예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경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심 의원이 처음이다. 심 의원은 “다수 서민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유해지는 것이 민주주의일 수는 없다”며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에 주목하고 있다.
뒤를 이은 노회찬 의원의 선언일은 3월11일이다. 그는 출마 선언에 앞서 과의 통화에서 “반한나라당 전선은 민주노동당 중심으로 구축돼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민주노동당이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광범위한 진보대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4월 초쯤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권영길 의원은 “아직 경선 출마를 전제로 얘기하기가 이르다”면서도, 당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민주노동당=민주노총으로 등식화돼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민주노총이 채용 비리, 폭력으로 얼룩진 대의원대회, 핵심 간부의 비리 등으로 위상이 추락한 것이 당에도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다. 단순히 당 대의원이나 중앙위원의 할당을 얼마로 할 것이냐를 넘어 당이 민주노총이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견인하고 반대로 노총도 당을 적극 뒷받침해나가야 한다.”
아직 이 셋의 공약을 비교하기도, 누구의 공약이 낫다고 판단하기도 이르다. 추가로 경선에 나설 인물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선 세 사람 중 한 명이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박근혜-손학규-고진화-원희룡 등 한나라당의 후보들에 비하면, 아직 언론의 주목을 덜 받아 서로의 차이점이 덜 부각된 탓도 있지만, 심상정-노회찬-권영길의 후보 간 차별성은 정책적인 면에서 그리 크지 않다.
당의 위기 해소하는 ‘찬스’
비교적 당내 이념적 스펙트럼이 균질화된 진보정당으로 평가받기 때문인지, 세 후보의 공통적 상황 인식과 문제 접근 방식이 더 눈에 띈다. 세 후보가 얘기한 것들 가운데 조금씩 다른 것들을 뽑아내 기술했지만, 당 개혁-진보 진영 대연합-양극화 해소란 세 공통분모 위에 권·노·심이 나란히 서 있다. 물론 각론인 구체적 해법에 들어가면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 공통분모를 깔고 민주노동당이 기득권 정치세력을 대체하는 새로운 대안 정당이자 집권 정당으로 나가는 데 각자가 기수가 되려는 바람과 기대는 똑같다.
경선은 당이 처한 위기를 해소하는 데 좋은 ‘찬스’가 될 수 있다. 당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 패배 이후 북핵 사태와 ‘일심회’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고 지지율이 10% 밑에서 맴돌고 있다. 김윤철 전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실장은 “경선을 기회로 민주노동당의 새판 짜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이 후보들을 중심으로 당이 처한 모든 문제를 풀어놓고 새롭게 재정비할 자연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정파 간 갈등이 증폭될 것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당내용 선거가 아닌데다 셋 다 범좌파(PD) 쪽 후보라는 점에서 정파의 논리가 크게 지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판을 깨면 공멸’이라는 공감대도 안전판으로 작용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경선을 제대로 잘 치르면 당이 활력을 되찾고 진보 세력을 끌어들여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와 달리 하나가 아닌 셋이 경쟁하는 것도 좋은 환경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선 권영길 의원이 진보 정당의 대선 후보로 추대됐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경쟁을 통해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복수 후보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미 FTA 반대 투쟁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진보 진영의 단일 대오를 호소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한-미 FTA는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도 쉽게 부각시킬 수 있는 소재다. 물론 FTA가 대선 과정에서 진보 진영에 얼마나 강한 접착제 구실을 할지 의문이다. 이른바 ‘진보 논쟁’에서 몇몇 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대선이 쉽게 한-미 FTA 반대와 찬성을 기준으로 반신자유주의 연합세력인 민주노동당 대 신자유주의 연합세력으로 나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FTA는 주택, 교육, 지역 등 대선에서 전선을 형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권·노·심 세 후보는 모두 진보 진영 대연합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 순결적인 고집에서 벗어나 당이 외연을 넓혀 진보 진영의 다양한 세력과 연대를 이뤄낼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과제다. 한마디로 외연 확장의 성공 여부다. 외연 확장은 집권으로 가는 데 필요조건이다.
경선 시기와 방식에 따라, 후보들의 셈법은 조금씩 다르다. 정파적 기반과 짝짓기도 무시 못할 변수가 될 것이다. 대선 4개월 뒤에 치러지는 총선에서의 이해득실도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최적의 후보’는 이런 조건을 다 충족하는 ‘당내용’ 인물이어선 안 된다.
“파격적으로 치고 나가라”
세 후보는 각각 극복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콘텐츠와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심상정 의원은 대중성이 떨어진다. 노회찬 의원은 대중성을 지녔지만, 얼마나 알찬 내용을 지녔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대선에 세 번째 도전하는 권영길 의원은 안정감을 지녔지만, ’또 나오냐’는 물음에 신선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세 후보의 공통된 상황 인식과 해법은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분화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별성을 보면서 당원과 지지자들은 최적의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김종철(37)씨는 “좀 파격적인 방법이더라도 다수 서민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으면 치고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가 심상정이 될지, 노회찬이 될지 아니면 권영길이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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